등록 : 2005.04.07 18:28
수정 : 2005.04.07 18:28
인도-파키스탄 170KM 버스노선 58년만에 개통
독립요구 이슬람계 무장세력선 테러위협 계속
58년간 닫혀 있던 히말라야 산맥 서쪽 카슈미르 지역의 인도-파키스탄 사이 도로가 마침내 열렸다.
7일 인도 관할 카슈미르인 스리나가르와 파키스탄 관할 카슈미르인 무자파라바드를 잇는 길이 170㎞의 버스 노선이 개통됐다. 이에 따라 이 길이 두 나라 사이에 평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운행 첫날부터 카슈미르 독립을 외치는 무장세력들의 공격을 받는 등 테러 위협도 끊이지 않아 버스 운행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인 버스 개통=이날 오전 11시30분 스리나가르와 무자파라바드에서 두 도시 사이를 달릴 버스가 각각 30명 안팎의 승객을 태우고 출발했다. <아에프페통신>은 애초 스리나가르에서 출발할 승객 29명 가운데 5명은 승차권을 갖고 있지 않았고 2명은 테러 위험 때문에 스스로 승차를 포기해 22명이 출발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이 길은 1880년 이곳을 점령한 영국이 건설해 1947년까지 차량이 운행됐다. 젤룸강을 따라 건설된 길을 당시 미니버스와 자동차 등이 오가며 카슈미르 지역의 무역을 이끌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1947년 영국에서 분리 독립하면서부터 카슈미르 영유권을 놓고 다투기 시작해 그동안 두 차례 전쟁을 치렀다. 두 나라는 평화협상 끝에 지난 2월 국경을 통과하는 버스 노선을 잇기로 합의했다. 영국 <비비시방송>은 “이번 버스 운행은 두 나라 관계를 개선시킬 상징적인 일”이라고 6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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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인도령 카슈미르로 가는 승객 30명을 싣고 파키스탄령 카슈미르를 출발한 ‘평화의 카라반’ 버스가 7일 무자파라바드 동쪽 약 61km 지점 통제선의 차코티 초소를 통과하고 있다. 무자파라바드/AF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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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대비 철통 경계= 인도 관할 카슈미르 지역에서 독립을 요구하며 무장투쟁을 벌이고 있는 이슬람 단체들은 “이 버스는 승객들의 ‘관’이 될 것이며, 버스를 타는 것은 인도의 통치를 돕는 반역행위”라고 주민들을 협박하며 계속 테러 위협을 하고 있다. 이들은 7일 스리나가르를 출발한 버스를 공격했지만,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 정부는 테러를 막기 위해 스리나가르에서 인도-파키스탄 국경까지 120㎞ 구간에 군인들을 배치했다. 버스 개통식을 앞두고 군인들이 스리나가르 도로를 모두 봉쇄하고 순찰과 검문검색을 강화했다. 인도쪽 승객들은 비밀리에 탑승 장소로 옮기기도 했다.
◇카슈미르에 평화 물꼬 틀까?= 이번 노선 개통은 인도와 파키스탄이 지난 14개월간 진행해 온 평화협상의 첫 가시적 성과물이다. <아에프페통신> 등 외신들은 버스 개통을 시작으로 두 나라간 평화 협상이 계속 진전될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도 “핵무장한 두 나라가 반세기 이상 헤어진 이산가족들을 위해 뜻을 모았다”며 “두 나라는 교통, 외교, 스포츠 등에서도 관계 회복을 추구하고 있으며, 카슈미르 지역에서도 뚜렷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대화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인도와 파키스탄 두 나라 정부도 버스 개통을 시작으로 관계 개선 논의를 계속 해 나갈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만모한 싱 인도 총리는 “버스와 평화 협상이 함께 달릴 것”이라고 말했다.
윤진 기자
mind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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