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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 태운 C-130 ‘고공낙하’ 아르빌로 |
8일 오후 다이만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쿠웨이트 북부 알리 알 살렘 미군 공군기지 활주로. 80t에 달하는 육중한 공군 C-130 수송기가 고막을 울리는 굉음과 함께 섭씨 35도 이상의 뜨거운 사막열로 달궈진 활주로를 힘차게 박차고 하늘로 치솟았다.
C-130 수송기가 국내 취재진 10여명을 태우고 자이툰부대가 주둔한 이라크 아르빌로 출발하는 순간이었다.
국내 취재진이 지난해 10월 터키를 통해 육로로 자이툰부대로 이동한 적은 있지만 우리 군 수송기를 타고 이라크상공을 종단해 아르빌로 향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수송기 기내 벽면과 천장 곳곳에 어지럽게 깔린 전선과 배기통, 고막을 자극하는 굉음 등으로 마치 대형 건물의 보일러실이나 기계실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수송기는 수 차례에 걸쳐 단계적인 고도 상승을 통해 이륙후 12∼13분께부터 고도 2만2천피트(약 6.7㎞)로 비행고도를 유지했다.
900㎞에 이르는 아르빌까지 적어도 2만 피트 이상의 높은 고도를 유지해야 지대공 미사일 등 이라크 저항세력의 공격 사정권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륙 직후에는 1992년 걸프전 당시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군이 점거했던 알리 알살렘 기지의 격납고 20여개가 미군의 벙커버스터 공격으로 곳곳에 구멍이 뚫린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륙 후 18분께 쿠웨이트 국경을 넘어 이라크 상공으로 진입, 아르빌을 향해 북서쪽으로 비행을 계속했다.
수송기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이라크는 큰 강줄기와 전답 등만 눈에 들어올 뿐전장 분위기를 쉽게 느낄 수는 없었지만 1∼2평 남짓한 수송기 맨 앞 조종실에서는헬멧과 방탄복을 착용한 조종사들이 전방과 수 십개의 계기판을 주시하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이들은 주 조종사와 부 조종사, 정비사, 네비게이터 항법장치를 책임지는 동승조종사 등 총 4명으로, 동승 조종사는 노트북에 GPS와 연동하는 `휴대용 비행계획시스템'(PFPS)을 띄워 놓고 수송기가 진행하는 항로를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PFPS에는 붉은 색 `웨이 포인트'(Way Point.공중에 설정한 특정 비행지점)를 따라 비행기의 위치를 알리는 파란색 점이 이라크 북부로 이어지고 있었다.
수송기는 고도 2만2천 피트, 시간당 550㎞의 속력으로 상공을 질주했지만 조종실에서는 속도감을 크게 느낄 수 없었다.
이륙 1시간이 좀 지나자 수송기 좌측 저멀리 희뿌연 구름 아래 티그리스강을 따라 길게 늘어선 이라크전 최대 적전지 바그다드의 모습이 어렴풋이 눈에 들어왔다.
비행대대장인 이해원 중령(42)은 평소에는 테러 등으로 인해 연기가 나는 모습을 수시로 볼 수 있다고 소개했지만 이날은 시계가 그다지 좋지 않아 이를 확인할 수는없었다.
특히 취재진이 바그다드 상공을 날았던 8일은 바그다드가 함락된 지 만 2주년을하루 앞둔 날이기도 했다.
이번에는 바그다드와 함께 `A등급'으로 최대 위험지로 꼽히는 발라드 시내가 이내 눈에 들어왔다.
미군 전투기 2대가 발라드 공항 인근에서 갑자기 급강하를 시도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비행 1시간 50여분만에 아르빌 인근에 근접한 C-130 수송기도 저항세력의 공격을 피하기 위한 이른바 `전술비행'에 돌입했다.
아르빌 공항을 불과 수 마일을 앞두고 고도 2만2천 피트에서 4∼5분여만에 `지그재그' 곡선을 그리며 고도 150m까지급강하한 것이다.
전술비행은 저항세력이 지대공 미사일 등을 이용해 항공기를 공격할 수 있는 시간과 각(角)을 주지않기 위해 실시하는 베테랑 조종사들만이 소화할 수 있는 고난도기술이다.
수송기 동체가 90도 회전을 거듭하면서 어느 순간 몸이 나비처럼 공중에붕뜨는 느낌을 받는가 하면 중력이 과도하게 걸리면서 현기증과 구토증세, 프레스에눌리는 듯한 고통이 온 몸을 짓누르기도 했다.
다이만부대의 C-130 수송기를 타고 자이툰부대를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과 윤광웅 국방장관 등 VIP들도 이 고통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고 한다.
C-130 수송기가 전술비행을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적을 타격할 수 있는 공격무기가 전혀 장착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수송기를 향해 발사되는 미사일 등에 대비, 열을 감지해 요격하기 위한 `플레어'(Flare) 시스템만 장착하고 있을 뿐이다.
자이툰부대의 병력 이동과 물자 보급 지원을 위해 지난해 10월 쿠웨이트에 파병된 다이만부대는 그동안 총 4대의 C-130 수송기를 이용해 최근까지 총 7천800여명의병력과 600여t의 화물을 수송해왔다.
(아르빌<이라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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