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4.10 18:44
수정 : 2005.04.10 18:44
지난 5~9일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셀리그 해리슨 미국 국제정책센터 아시아프로젝트 주임 겸 우드로윌슨센터 연구원은 9일 베이징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북한에서 만난 고위지도자들이 강조한 점은 결국 “미국과 경제·외교적 관계 정상화 전까지, 다시 말해 미국이 대북 체제전복 의도를 포기하기 전까지는 핵무기를 폐기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의 북한 방문은 이번이 9번째였다.
-북이 실제로 핵무기를 보유했는지 판단할 수 있었나?
=내 총체적 체험과 분위기를 볼 때 이번에는 실전 무기를 가진 것 같다. 만약 이게 ‘블러핑’(카드를 칠 때 약한 패로 강한 척하는 일)이라면 정말 고수다. 운반수단과 관련해 리찬복이 재미있는 발언을 했다. 그는 “21세기에 핵무기를 항공기로 운반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며 북한은 “핵무기를 미사일에 실어서 우리가 원하는 어디든 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폭정의 전초기지’에 대한 사과발언을 얻어내기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나?
=그 점은 북한 지도자들도 잘 알고 있다. 북한이 이 발언에 대한 직접적인 사과만을 요구하고 있는 건 아니다. 미국이 ‘북한의 영토·주권 침탈 의사가 없고 평화 공존할 의향이 있음’을 밝히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다. 강석주 부상은 “우리는 미국의 의사표시가 공개된 회의든 비밀회의든 상관없다”고 힌트를 주기도 했다. 북한은 미국이 ‘체제 전복 의도’를 지니고 있는 걸 문제 삼는다.
-현실적인 난국 타개 방안이 있나?
=북한 지도부와 토론하면서 두 가지를 얘기했다. 하나는 미국이 고위급 특사를 파견하는 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다음달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연합국 2차대전 전승기념대회에 김영남 위원장이 참가해 부시 미 대통령과 만나는 방안이다.
-6자회담을 군축회담으로 하자는 제안이 6자회담 재개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겠는가?
=‘군축회담’이 돼야 한다는 발언은 전제조건으로 내건 건 아니다. 동등한 회담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워싱턴은 이성적인 대북 정책이 어떤 건지를 모르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핵 폐기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강석주 부상이 이번 중국 방문의 목적이나 내용에 대해 설명했나?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관해서는 매우 신중하고 조심스런 태도를 취했다.
6s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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