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4.10 21:04 수정 : 2005.04.10 21:04

국내 주식시장(유가증권시장)에서 시가총액 기준으로 외국인의 주식소유비율이 40%를 넘었다. 이는 헝가리, 핀란드, 멕시코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핵심 주력 기업과 금융기관에 대한 외국인 주식보유비율은 이미 60%를 넘어섰다.

그렇다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우리의 기업지배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필자는 재계와 일부 학자들처럼 국내기업의 경영권 탈취 위협을 부각시킬 의도는 전혀 없다. 거기에는 상당한 왜곡과 과장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일반주주에 대한 재벌총수 등 소수 지배주주의 탈취를 막고 의결권과 현금 흐름권 사이의 괴리를 줄이는 것이 기업지배구조 개혁의 최고 목표라고 보지도 않는다.

중요한 것은 신자유주의적 금융화와 함께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주주주권 모델=주주가치 극대화’ 원리의 허구를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다. 주주주권 모델은 18~19세기 자유주의적 소유관으로 현대의 법인 기업을 바라본다. 즉, 기업의 소유자는 주주이므로 기업 경영은 주주의 이해를 가장 우선해 이뤄져야 한다. 또 주주만이 유일하게 위험을 부담하기 때문에 주주에게 기업의 최종적 통제권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이사회가 주주의 이해만을 대변해야 한다는 주장도 여기서 나온다.

과연 이런 지배적 통념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우선 주주는 기업에 대한 지분을 가질 뿐, 기업의 자산까지 소유하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유·무형의 기업 자산은 주주가 아닌 기업 자체가 갖는 것이므로, 기업은 그 자체가 자율적 실체로 간주돼야 한다. 하지만 주주주권 모델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고 주식시장에서의 유동성이 급속히 높아져 기업이 더이상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둘째, 기업의 위험부담(리스크)을 주주만이 진다는 관점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주주의 리스크를 전혀 부정할 순 없지만, 노동자, 공급자, 고객, 지역단체, 채권자 등도 기업의 특수한 자산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리스크를 진다.

특히 기업의 인적자산 투자는 거의 불가역적이기 때문에 종업원의 리스크가 아주 크다. 주식시장의 유동성이 커지고 자산 다변화가 이루어지면서 주주는 리스크를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전가할 수 있게 됐지만 종업원들은 그럴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주가가 떨어지면 주주는 그 리스크를 종업원에 집중적으로 전가한다.

셋째, 기업은 종업원과 경영자가 생산을 위해 협력하고 때론 대립하는 자본주의의 기본 단위다. 그런데 주주나 금융 투자가들은 이런 생산과정 외부에 있을 뿐 아니라 생산과정에 무관심하다. 주주는 기업에 자본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소유자가 되지만, 사실상 금융 수익만을 추구하는 지대추구적 투자가에 가깝다. 따라서 기업에서 공동으로 창출된 수익을 주주에게만 배분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끝으로 이사회가 주주의 이해만을 대변해야 한다는 견해는 극히 편협한 사고다. 주주가 접할 수 있는 기업 내부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며, 재무제표 등 표준적인 금융 자료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주주는 기업의 핵심역량과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 따라서 투자 결정 등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 권한을 주주한테만 주면 기업의 가치 창조 능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이사회는 기업의 가치 창출과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 여러 이해 관계자들의 이해를 반영하도록 구성돼야 한다.

전창환/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