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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재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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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일 전문가, ‘이명박 정부’ 전망
대북 정책·FTA비준 공동노력…한-미 동맹에 ‘청신호 될것
이번 한국 대선에선 남북관계나 한-미관계 같은 전통적으로 중요한 문제들이 유권자들의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이런 이슈들에 대한 열띤 토론이 없었던 점에 비춰, 이명박 정부에서 근본적 변화를 예상하긴 힘들다.
한-미관계는 약간 개선되고 남북관계는 조금 냉랭해질 것 같지만, 그 범위는 크지 않을 것이다. 실제 행동보다는 정치적 분위기나 표현에서 더 분명해질 것이다.
이 당선자는 중국의 동북공정, 북한의 핵실험, 전시작전권 이양 등에 영향을 받아 한-미동맹관계를 더욱 지지하는 쪽으로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동맹에 대한 공개적 지지를 표현하고, 자신의 정책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동맹을 끌어들이는 데 거의 제약을 받지 않을 듯 보인다. 이명박 정부의 각급 관리들이 미국의 대화 상대와 공개적으로 대화하려는 의지는 두 나라 유대를 더욱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대북정책에서 어느 정도 상호주의의 잣대가 도입될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의 대북접근도 무조건적이지는 않았다. 금강산 관광·개성공단 등의 계속적인 사업이나 10·4 남북정상선언에서 밝힌 광범한 비전들에 대해서도 근본적 변화를 상상하긴 어렵다. 이들 사업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위임은 상대적으로 분명하며, 이 당선자가 이런 위임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의심할 이유도 거의 없다. 중요한 요인은 이 당선자의 승리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 될 것이다.
이 당선자가 △미국과 긴밀한 대북정책 공조 △한-미자유무역협정의 비준을 위한 공동노력 △양국간 협의 활성화와 유대 제도화에 초점을 맞춘다면, 이번 대선은 한-미 동맹관계에 좋은 징조가 될 것이다.
한-중 관계 신중히 접근해야…동북아 평화는 시대적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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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징이 베이징대 조선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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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정책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이 당선자가 보수세력을 업고 있는 만큼 진보세력이 집권했을 때보다는 대북관계에서 시차가 발생할 순 있지만, 대세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가 실용주의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북정책도 그렇게 나아갈 것이다. 남북관계를 포함한 동북아 정세의 대전환은 시대적 흐름이다.
이 당선자가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한다고 해도 이런 흐름에서 벗어나진 않을 것이다. 북한도 지금 미국과 가까워지고 있지 않은가? 북-미관계 개선 속도가 빠른 상황이기 때문에 한-미관계 강화가 전반적 동북아 정세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진 않을 것이다.
영토문제 정치 쟁점화 피해야…한-일 관계 점진적 개선 기대
이번 대선에선 진보세력과 보수세력 후보가 또다른 보수세력 후보를 공격하는 양상이 빚어졌다. 정치이론에서 볼 때 매우 특이한 현상이다. 후보들 사이에 정책 대결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 당선자가 이제 국제적 시각에서 한국의 전망을 제시해주길 기대한다.
한국의 정치과정은 중국과 다르다. 정당들 사이의 경쟁이 치열하고, 그런 모습이 그대로 투명하게 국민들에게 노출된다. 이를 정치적 낭비라거나 후진적인 선거문화로 보지 않는다. 이번 선거는 한국 정치가 ‘정화’되는 과정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번 대선 결과는 적어도 지난 5년 노무현 정권의 업적에 대한 유권자들의 냉정한 평가라고 할 수 있다. 일본 내부에서는 10년 만에 이뤄진 정권교체의 의미를 과대평가해 대북정책에서 변화를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현재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기는 어렵다. 이명박 당선자는 많은 한국사람들이 현재의 대북 햇볕정책을 지지하는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또 이명박 정권의 대북접근은 미국의 대북정책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미국이 대북 유화정책을 유지한다면 새 한국 정부도 이 기조로 갈 수밖에 없다.
이 당선자가 선거 기간 대북정책을 쟁점화하지 않은 것도 기존 정책을 바꾸려는 생각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의 대북정책을 바꾸게 되면 어떻게 대처할지 미지수다. 후쿠다 야스오 정권은 대북관계를 대화로 풀어가려는 자세는 있지만, 일본 국내 상황이 여의치 않아 추진력있게 돌파해나갈 힘은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일본 정부의 기대와 달리 이명박 정권이 대북정책에 적극 나서지 않고 조금씩 변화를 모색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일-한관계의 개선은 기대할 수 있다. 그동안 쌓인 문제가 많아 한꺼번에 해결될 수는 없지만 과거 정권 때처럼 험악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 당선자가 영토나 해역호칭 문제 등 금방 해결할 수 없는 사안을 정치 이슈화하는 것만은 피했으면 한다.
외교정책과 관련해선, 실리주의적이고 합리주의적 노선이 가장 좋은 선택이 아닌가 싶다. 앞으로 종전협정, 제3단계 북핵폐기 합의, 북-미 수교 등 굵직한 현안들이 이 당선자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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