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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2.27 23:20 수정 : 2007.12.28 00:58

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의 라왈핀디 유세 현장에서 27일 자살폭탄 테러가 일어난 뒤 부토 지지자들이 사망자들을 둘러보고 있다. 이 사고로 부토 전 총리는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수술 도중 숨졌다. 라왈핀디/AFP 연합

총선 앞둔 시점, 유세장서 부토 전 총리 비롯한 20여명 숨져

파키스탄 베나지르 부토(54) 전 총리
 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가 폭탄테로로 숨짐에 따라 파키스탄 위기가 극적으로 고조되고 있다.

올해 중반부터 파키스탄이 일련의 소요사태에 휩싸이자, <타임> 등 서방 언론들은 이를 올해 제일의 국제뉴스로 선정했다. 이프티카르 초우더리 대법원장 해임을 둘러싼 일련의 반정부 시위사태→100여명이 사망한 랄마스지드(붉은 사원) 유혈 무력진압 사태→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과 부토 전 총리의 권력분점 협상→망명했던 부토의 귀국과 귀국행사 도중 대형 테러→무샤라프 대통령의 국가 비상사태 선포까지, 파키스탄 정국은 올해 숨가쁘게 전개됐다. 그 끝머리에 결국 부토가 테러로 숨진 것이다.

군부독재에 대항해 일련의 반정부 시위가 고조되고, 쫓겨난 전임 총리가 귀국하고, 군정 쪽이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등 과거 필리핀 등에서 많이 보던 장면들이다. 하지만 파키스탄의 최근 상황은 단순한 ‘제3세계형 정정불안’이 아니다. 파키스탄 위기는 이라크전 이후 국제정세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첫째, 파키스탄은 사실상 이슬람이 지배적 규범으로 정착한 이슬람권 나라 중 최대국이라 할 수 있다. 인구 1억6천만에다 인도와 맞서는 과정에서 단련된 강력한 군을 가지고 있다. 군 병력이 92만명으로 거의 100만대군에 육박한다. 예비군도 53만명이 있다.

둘째, 이슬람권 국가 중 유일한 핵보유국이다. 이슬람주의 세력이 극성을 부리자, 미국 국방부 용어인 ‘브로큰 애로’(핵무기 파괴·유출·폭발 사고)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셋째, 파키스탄의 지정학적 중요성이다. 파키스탄은 세계 제일의 전략적 요충지인 걸프 지역에 들어가는 입구에 있다. 서쪽을 맞대고 있는 나라가 이란이다. 파키스탄이 이슬람주의화되는 등 서방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미국 등 서방의 걸프 지역에 대한 전략적 통제성은 일순간 위협받게 된다. 현재 진행 중인 ‘테러와의 전쟁’의 지정학적 상황도 급변한다. 파키스탄과 접경한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탈레반 및 알카에다 소탕작전은 사실상 종을 치게 된다. 현재 미국이 강력히 후원하는 상황에서도 페르베즈 무샤라프 군사정권은 북서 변경주의 통제권 확보에 의지도 능력도 보이지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파키스탄이 서방 처지에서 ‘실패한 나라’가 되면, 이란-아프간으로 이어지는 벨트가 일거에 서방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게 된다.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전이 한창인 이라크도 잃을 수 있다. 최근 석유자원 보고로 떠오른 중앙아시아에 대한 지정학적 위험도 가중된다. 이란-아프간-파키스탄이 벨트가 상실되면, 미국 등으로서는 중앙아시아에 접근할 통로가 사라진다.

파키스탄 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서방이 주선한 부토의 귀국은 결국 폭살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귀결됐다. 테러와의 전쟁, 그리고 중동 및 서남아는 이제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에 휩싸이고 있다.

정의길 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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