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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02 19:40 수정 : 2008.01.02 19:40

파키스탄과 케냐 주변 상황

‘이슬람세력 견제’ 케냐 선거부정에 내전 위기
탈레반 공격기지 파키스탄 ‘부토암살’로 혼미

미국이 주도하는 ‘대테러전쟁’의 기축기지들이 연초부터 크게 흔들리고 있다.

파키스탄이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암살로 대혼돈의 소용돌이에 빠진 데 이어, 동아프리카 대테러전의 축인 케냐에선 선거부정 논란으로 내전의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이미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 현장에서 파탄이 난 ‘테러와의 전쟁’의 몰락을 가속화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미국 세계전략의 지정학적 요충지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치러진 대선의 결과를 놓고 음와이 키바키 대통령과 야당 후보 라일라 오딩가 지지 세력이 정면으로 충돌해 소요사태가 잇따르는 케냐에선 2일까지 400여명이 숨졌다. 군중들이 피란민들이 대피한 교회에 불을 질러 50여명이 몰살하는 참사까지 벌어지는 등 곳곳이 무정부상태로 바뀌고 있다. 키바키 대통령을 배출한 키쿠유족과 오딩가 후보로 대표되는 다른 종족의 분쟁으로 번져갈 조짐마저 보여 ‘제2의 르완다 사태’로 치달을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동아프리카의 전략적 요충지인 케냐는 대표적인 대테러전 협력국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미국을 몹시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미국은 군사훈련과 자금 지원을 통해 케냐를 이 지역의 대테러전 중심기지로 ‘키워’왔다. 주변의 소말리아와 수단에서는 이슬람무장단체들이 개입된 내전이 계속되고 있어, 케냐의 지정학적 중요성은 더욱 크다. 미군은 지난해 소말리아 남부의 이슬람무장단체에 전격 공습을 단행하기도 했다. 7년 전 전쟁을 끝낸 이웃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의 국경지대에는 병력 22만5천명이 집결해 전쟁의 먹구름이 다시 드리우고 있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의 아프리카실장 스티븐 모리슨은 “미국에 케냐는 아주 중요한 이해가 걸린 곳”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가 이번 사태 대응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이런 전략적 고려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국무부는 케냐 선관위의 키바키 당선 발표 뒤 오딩가 후보 진영의 거센 반발에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유럽연합(EU) 등이 개표부정을 지적하자 “표 집계 과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며 슬그머니 물러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이 대테러전에 몰두해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와 에티오피아의 독재정권을 지지하는 모습도 보였다고 꼬집었다.

미국이 아프간 탈레반 정권 공격과 오사마 빈라덴 체포작전의 전초기지로 활용한 파키스탄 사태는 대테러전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대한 사안이 됐다. 미국은 페르베즈 무샤라프 정권한테 이슬람 과격주의자들을 섬멸하라며 50억달러어치의 군사원조를 했지만, 상황이 나아지기는커녕 아프간 접경을 중심으로 탈레반 활동반경만 늘어났다. 특히 부토의 암살은 그를 통해 무샤라프 정권의 ‘정통성’을 보강하고 대테러전 전선을 강화하려던 미국의 계획에 결정적 타격을 입혔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미국은 테러리스트와 극단주의자들을 물리치려는 의지가 결연하며, 자유의 적에 강하게 대응하겠다”며 중단없는 대테러전 수행을 공언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라크 수렁에서 헤어나는 것은 물론, 서남아시아와 동아프리카의 ‘급한 불’도 꺼야 하는 난처한 처지로 몰리고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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