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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대선주자 힐러리 로드햄 클린턴 상원의원(뉴욕주)이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 날인 8일 뉴햄프셔주 콩코드의 투표소를 방문하면서 이곳 학생들과 악수하고 있다. 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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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햄프셔 승리는 힐러리에게 무엇보다 오바마 열풍이 태풍으로 변하기 직전 상황에서 제동을 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다는 점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승리라고 할 수 있다. 또 20개 이상의 주에서 일제히 코커스와 프라이머리를 개최하는 오는 2월5일 슈퍼화요일 예비경선을 앞두고 전열을 새롭게 정비할 여유를 갖게 돼 이번 대선 돌풍의 주역으로 떠오른 오바마에 대한 검증 공세를 강화하며 대선 정국을 보다 유리한 상황으로 끌고 갈 수 있게 됐다. 전국적인 지지도에서 오바마가 선두자리까지 위협했지만 힐러리가 1위를 고수해왔다는 것도 향후 대선구도에서 힐러리의 대세론에 더욱 더 탄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그리고 사실상 이번 대선구도를 결정지을 슈퍼화요일 예비경선은 20여 개 주에서 동시에 실시되기 때문에 아이오와 코커스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처럼 한 주에서만 개최되는 것과는 다른 선거운동 방식이 효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점에서 힐러리에게 보다 유리한 상황이다. 1개 주에서 치러지는 선거의 경우 풀뿌리 조직 가동과 유권자 직접 접촉을 통해 후보의 인간적인 면모 등이 매우 중요한 요인이지만 20개 이상의 주에서 동시에 선거가 치러질 경우 유권자들과 직접 접촉보다 TV나 라디오 등 선거광고와 토론회 등 간접적인 이미지 선거가 더 큰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힐러리는 워싱턴의 기성정치세력에 환멸을 느끼고 새로운 변화를 갈구하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미국인들의 열망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고 그동안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던 노령 여성층에 너무 기대는 모습을 보이는 문제점을 드러냈다. 또 변화 자체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 조지 부시 대통령과 같은 기성정치 세력을 대표하는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사람들에 의존한다는 인상을 짙게 심어줘 변화의 역군이라는 이미지가 부족한 것도 약점으로 지적받았다. 이에 따라 힐러리가 이번 대선의 최대 화두인 변화를 선점하지 못해 그동안 고전해왔고 향후 최대 승부처인 슈퍼화요일에서 오바마에게 다시 한번 패배를 맞볼지도 모른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없지 않다. 힐러리가 슈퍼화요일에서 패배하게 된다면 지난 92년 아이오와 3위, 뉴햄프셔 2위를 한 뒤 이후 경선 과정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대권을 거머쥐었던 남편인 클린턴의 영광을 재현하는 게 아니라 2004년 대선에서 경선 시작 전 반짝 주목을 받다가 중도 사퇴한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의 신세로 전락할 수도 있다. 김재홍 김병수 특파원 jaehong@yna.co.kr (맨체스터<뉴햄프셔>.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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