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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콰도르 대통령, 비상사태 선포..대법원 해산 |
루시오 구티에레스 에콰도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자신의 하야를 요구하는 가두시위가 격렬해지자 수도 키토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대법원을 해산했다.
구티에레스 대통령은 이날 밤 전국에 중계된 TV 연설을 통해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헌법이 부여한 권한에 따라 "의회가 지난해 12월 임명한 현 대법원 판사들"을면직한다고 발표했다.
구티에레스는 "이번 조치는 의회가 아직까지 전국적으로 특히 키토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요를 일으키게 한 현 대법원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취해졌다"고밝혔다.
비상사태가 선포됨에 따라 군이 공공 치안을 유지하게 됐다.
또 집회ㆍ결사의자유를 포함한 개인 권리가 잠정 중단되며 경찰은 수색영장이 없이도 사유 주택에진입할 수 있다.
구티에레스 대통령의 비상사태 발표 회견장에는 군 수뇌부들이 대거 배석했으며,16일 이른 아침 빅토르 우고 로세로 군 최고사령관은 TV 방송에서 비상사태를 선포한 구티에레스 대통령에 대한 암묵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로세로 사령관은 비상사태 선포의 유일한 목적은 최근 소요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도 키토 시민 수만명은 공공집회 제한에도 불구, 구티에레스 대통령의발표가 난 지 2시간여 만에 거리로 쏟아져 나왔으며 구티에레스의 정치적 반대파들도 이같은 조치를 비판하고 나섰다.
반정부 시위에 직접 참가하기도 한 야당 `민주주의 좌파' 지도자인 파코 몬카요키토 시장은 군 수뇌부가 구티에레스의 행동를 지지한데 대해 강력 비난했다.
그는 "대통령은 대법원을 해산할 수 없다.
지금 우리는 독재정권 하에서 살고있으며 이번 선포는 독재의 본모습을 드러낸 것"이라면서 `시민 불복종' 운동을 촉구했다.
이번주초 구티에레스의 정치적 반대파들이 대규모 집회를 주장했을 때는 별다른움직임이 없었으나 지난 13일부터 가두 시위가 시작돼 15일 밤에는 최소 1만여명이시위에 참여하는 양상으로 발전했다.
대법원 파문은 지난해 11월 야권에 동조하는 당시 대법관들이 구티에레스 대통령을 부패 혐의로 탄핵하려다 실패한 뒤 불거져 나왔다.
바로 다음달인 지난해 12월 구티에레스 대통령은 재적 100석인 의회에서 자신에동조하는 의원 52명을 모아 대법관 31명 가운데 27명을 면직하는 의안을 가결토록했다.
헌법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의회의 투표가 비헌법적이라는 의견을 냈으며, 상당수지방자치단체장 등 야권은 대통령의 하야를 강력 요구했다.
또한 지난달 하순 친여 그룹에 속했던 정당 PRIAN이 지난달 하순 신임 검찰총장인선을 독단적으로 추진했다며 구티에레스 대통령 지지를 철회하는 등 의회내 친여그룹은 현재 과반세력을 잃은 상태다.
한편 작년 12월 대법관 대거 면직 및 4개월 만의 대법원 해산 파동과 관련해 구티에레스 대통령과 지난 97년 의회 탄액안 가결로 강제 축출된 압달라 부카람 전 대통령 간 거래설이 제기됐다.
구티에레스 대통령은 자신을 탄핵하려는 야권 동조 대법관들을 제거하기 위해부카람 전 대통령파 의원들과 손을 잡았고, 구티에레스에 의해 친정부 인사로 채워진 대법원은 그 대가로 부카람의 부패 혐의를 없애줌으로써 그가 8년간 해외망명을끝내고 이달초 귀국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육군 대령 출신의 구티에레스 대통령은 원주민 단체, 좌파 정당의 전폭적인 지지로 당선했다.
하지만 2003년 1월 취임한 이후 일반 기대와는 달리 친미정책으로급선회하면서 상당한 반발을 샀으며, 측근 비리사건이 불거져 미국으로부터도 외면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작년 말 의회에서 대통령 탄액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키토<에콰도르> APㆍ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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