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2.15 19:51
수정 : 2008.02.15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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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첩보위성 요격 개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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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기상위성 격추땐 “위험하다” 하더니
미국이 지구로 추락할 것으로 예고된 첩보위성을 요격하기로 했다. 백악관은 인명 피해 우려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고장난 위성을 핑계로 우주전쟁을 연습하는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제임스 제프리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14일 조지 부시 대통령이 요격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태평양의 이지스함에서 미사일을 쏴 210㎞ 상공에서 위성을 격추시킬 예정이다. 합참은 우주왕복선 애틀랜티스호의 안전한 귀환을 위해 오는 20일 이후 요격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해군은 대륙간탄도탄 요격을 위해 개량한 SM-3(에스엠3) 미사일을 사용할 계획이며, 1차에서 실패하면 최대 3차례까지 요격을 시도하기로 했다. 제프리 부보좌관은 위성 잔해의 상당 부분은 지구로 떨어지고, 일부는 우주공간으로 퍼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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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제프리(왼쪽)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과 제임스 카트라이트(가운데) 합참 부의장, 마이클 그리핀 항공우주국 국장이 14일 미국 국방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장난 첩보위성 요격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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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버스 크기의 미 첩보위성은 2006년 궤도에 오른 직후 항공우주국(나사)과의 교신이 끊어져 제 구실을 못했고, 다음달쯤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13일 유엔에 제공한 자료에서, 위성이 다음달 6일께 지구와 충돌하겠지만 추락지점 예측이 어렵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요격 결정이 “순전히 사람에게 가해질 수 있는 위험을 줄이려는 것”이라며, 위성 연료인 발암물질 하이드라진이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료를 탑재한 부분은 대기권 진입 과정에서도 불타지 않아, 잔존량이 453㎏으로 추정되는 하이드라진이 떨어지면 축구장 2개 범위 안에 있는 사람들한테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위성 추락이 별다른 해가 없을 것이라던 기존 설명과는 다른 맥락이라서 불순한 의도가 끼지 않았느냐는 의심도 낳고 있다. 고장난 위성을 실제 표적으로 삼아 그동안 모형 목표물로만 하던 미사일방어 또는 위성 요격 실험을 한단계 진전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1985년 F-15 전투기에서 발사한 미사일로 위성 요격에 성공한 적 있다.
특히 미국은 지난해 1월 중국이 764㎞ 상공의 기상위성을 미사일로 요격했을 때 인공위성들을 위험에 빠트린다며 비난한 적도 있다. 따라서 이번 요격은 이율배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걱정하는 과학자들 모임’의 데이비드 라이트는 요격이 성공하면 위성은 구슬보다 조금 작은 조각 10만여개로 부서지는데, 다른 위성들을 위협하기는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군축 전문가 마이클 크레폰은 “우주에서 떨어진 인공물체에 다친 이는 이제껏 한 명도 없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미 행정부 관리들은 이번 요격이 중국 것보다 훨씬 낮은 고도에서 실행되고, 사전에 각국에 통보했다는 점을 들어 의심을 거두라고 주문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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