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2.19 20:35
수정 : 2008.02.19 20:40
친미 성향국, 부시 방문에 맞춰
일제히 “기지 신설 거부” 발표
미국이 테러방지와 자원확보 차원에서 야심차게 신설한 ‘미군 아프리카사령부’(아프리콤) 본부의 아프리카 주둔이 좌절됐다. 미국의 원조에 의존하는 아프리카 국가들조차 ‘대테러전쟁에 연루되기 싫다’며 미군의 기지 신설 요구를 거절했기 때문이다.
윌리엄 워드 아프리콤 사령관은 18일 런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은 아프리카 지역에 대규모 군사기지를 세울 계획이 없다”며 “일부 아프리카 나라들이 미국의 계획을 오해하는 등 의사 소통의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 신설된 아프리콤 사령부는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계속 남게 됐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19일 전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1년 전 아프리카 대륙의 번영과 민주주의 발전, 안보 증진 등을 목표로 내걸고, 기존 3개 사령부로 분리된 아프리카 관련 기능을 아우르는 ‘아프리콤’ 신설을 제안한 바 있다. 미국은 ‘평화유지군 교육과 분쟁 방지 등에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케냐·에티오피아·나이지리아 등 ‘친미 성향’ 국가들 모두가 자국 내 수용을 거부했다. 긍정적 반응을 보인 나라는 미국에서 건너간 흑인들이 설립한 ‘특수 관계국’인 라이베리아가 유일한데, 입지 조건이 좋지 않다.
‘아프리카에 가장 공을 많이 들인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남긴 부시 대통령의 아프리카 방문 도중 나온 이번 발표는 미국이 아프리카에서 들인 노력에 비해 그다지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재임 도중 아프리카를 두번 방문한 첫 미국 대통령인 그는 아프리카 관련 인도적 지원 예산을 4배 이상 늘리고, 에이즈 예방·치료에만 150억달러를 추가로 지출해 아프리카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조엘 바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나는 부시 행정부에 비판적이지만, 부시가 클린턴보다 아프리카에 훨씬 많은 지원을 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이 아프리카를 중시하게 된 배경으로는 △2015년 미국 석유 수입량의 25%를 차지할 아프리카산 석유를 비롯한 풍부한 천연자원 △아프리카 무슬림 테러리스트의 증가 △아프리카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 견제 등이 꼽힌다. <비비시>는 “아프리카 국가들은 미국의 아프리콤이 아프리카내 천연자원 이권을 노리며, 아프리카를 대테러전쟁에 연루시킬 것이라는 두려움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