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3.03 07:36
수정 : 2008.03.03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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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2일 바그다드에 도착해 잘랄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과 손을 맞잡고 있다. 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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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은 했지만 상당히 수위가 높았다.
이란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2일 바그다드를 공식 방문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작심한 듯 했다.
그는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에서 다른 정상회담에서 흔히 보는 의례적인 외교적 수사 대신 미국을 걸고 넘어졌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은 아무런 근거 없이 다른 나라를 비난하고 중동에서 미국의 문제를 증폭하기만 한다'며 "미국은 중동, 이라크 국민이 미국이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아야만 한다"고 비난의 포문을 열었다.
1980년부터 8년간 전쟁을 치른 이라크에 대해선 "두 국가 사이에 새 장이 열렸다"며 `형제애'라는 말까지 동원, 이라크를 자신의 편에 바짝 잡아 당겼다.
이어 집권 시아 정파 지도자 압델 아지즈 알-하킴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란이 이라크 시아파 반미 무장단체를 지원한다'는 미국의 주장에 대한 질문에 "미국은 이 문제에 관점을 바꿔야 한다"며 "6년 전(이라크전 이전) 중동엔 테러가 없었는데 이방인(미국)이 발을 들이자마자 테러리스트가 함께 왔다"고 응수했다.
자신을 `악의 축'으로 지목하며 이라크 폭력사태와 중동 내 테러조직의 배후로 줄기차게 지목해 온 미국의 `안방'이나 다름없는 바그다드에서 정면으로 되갚으려는 의도가 다분히 깔린 대답이었다.
이란의 언어대로 미국이 5년간 `점령'한 바그다드에서 그는 이렇게 아무런 거리낌 없이 미국을 향해 독설을 퍼부었고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효과 만점이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미국을 겨냥한 가시 돋친 공격은 그간 일상 다반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잦았지만 이날 바그다드 주재 미국 대사관을 불과 2㎞ 앞두고 그가 쏟아낸 언사는 이란 안에서 했던 어느 연설보다 무게부터 달랐다.
그는 전 세계가 주목한 이번 방문을 자신의 `선전장'으로 충분히 이용한 셈이 됐다.
이라크와 이란의 정상외교를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봐야 하는 미국은 표정관리를 하며 쓴 입맛을 다실 수 밖에 없었다.
양국의 정상 회담에 `한마디' 거들었다가는 `내정 간섭'이라는 역풍을 맞을 게 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라크 주둔 미군 대변인 그레고리 스미스 준장은 이날 "양측의 만남이 실질적 결과를 낳길 바란다"면서도 "미국은 알려진 대로 이란이 극단주의 세력에 돈과 병력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본다"며 그동안 주장을 원론적으로 반복하는 데 그쳤다.
강훈상 특파원
hskang@yna.co.kr (두바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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