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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3.03 21:48 수정 : 2008.03.03 21:48

벨기에 플랑드르 지역의 살아있는 물고기 포도주에 담가 마시기 축제를 보도한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 보도

플랑드르 마을 축제 의식..동물보호단체 반발

벨기에의 한 작은 마을에서 봄맞이 축제 의식의 하나로 살아있는 물고기를 포도주에 담가 그대로 마시는 전통을 놓고 동물보호가들의 반발로 인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이 3일 보도했다.

네덜란드어권인 플랑드르의 농촌지역에 있는 인구 3만명의 게라르드베르겐이란 마을에선 매년 2월 마지막 일요일 `크라켈링엔'이란 봄맞이 축제가 열리는데 그 의식의 하나로 미끼로 쓰이는 2-3㎝ 크기의 작은 회색 물고기를 포도주에 담가 그대로 삼키고 있다.

귀도 드 파트 전시장은 "때때로 물고기들이 입안에서 조금 펄떡이긴 하지만 일단 삼키면 더이상 움직임은 없다"면서 "물고기 맛을 느끼진 못하지만 붉은 포도주와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이 `물고기 마시기' 의식은 그 기원이 정확치는 않지만 과거 이 지역에 거주했던 켈트족의 드루이드 교에서 비롯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봄을 앞두고 신체의 활기를 되찾기 위해 살아있는 것을 삼킨다는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

가장 행렬과 물고기 마시기 후 마을 지도자들이 도넛 모양의 빵을 주민들에게 던지는 것으로 크라켈링엔 축제는 마감된다. 빵 던지기 전통은 중세시대 성이 포위됐을때 물자가 충분하다는 점을 적에게 보여주기 위해 음식을 성밖으로 던졌던 풍습에서 유래됐다.

가톨릭 사제인 반 아케르는 이교도에서 유래된 축제에 기독교적 색채가 가미됐다면서 포도주와 빵, 그리고 물고기는 성경에 나오는 상징물들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들은 물고기를 마시기 전 감전사시키거나 아니면 물고기 형태의 과자로 대체해야 한다면서 산 물고기를 마시는 전통은 폐지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마을 지도자들은 축제가 르네상스 시대 학자 주스 숄라트가 기록한 문서에 1393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나온다면서 감전사 또는 과자 대체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양측 사이 법적 소송도 이미 깊숙이 진행돼 있다.

2000년 12월 벨기에의 한 법원은 산 물고기를 마시는 것은 동물보호법규를 침해하고 있다고 동물보호가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물고기를 술에 담그는 것 자체가 내장의 손상을 가져온다는 한 대학의 연구 논문이 참조됐다.

이 판결로 인해 2001년 2월엔 산 물고기를 마시지 못한 채 축제가 진행됐다.

하지만 이후 항소심에서 물고기를 포도주에 담그는 것이 불필요한 것이 아니라 역사적 중요성을 갖는 전통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산 물고기 마시기는 합법적인 행위라는 판결이 나와 마을 관계자들을 기쁘게했다.

그러나 이 판결은 물고기 마시기 의식을 일반 주민들이 아닌 시청 간부들로 엄격히 제한했다.

동물보호가인 미셸 반덴보쉬는 산 물고기 마시기 의식이 야만적인 행위로 벨기에 통합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전통이라고 비난했다. 마침 네덜란드어권에 속한 게라르드베르겐 마을이 불어권인 왈로니아 지역과의 경계에서 불과 10㎞ 밖에 떨어지지 않은 사실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벨기에는 크게 플랑드르와 왈로니아 등 2개의 언어권으로 나뉘었으며, 지난 해 6월 총선이후 언어권 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자칫 남과 북의 언어권별로 쪼개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까지 낳았다.

반면 동부 플랑드르 지역의 문화담당 관리인 요제프 다우에는 벨기에는 1830년에 탄생했지만 게라르드베르겐 마을은 1068년에 세워졌다면서 마을 주민들은 벨기에보다 조상들이 무엇을 했는 지에 훨씬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파트 전 시장도 "우리는 언어권 접경지역에 위치해있지만 분리주의자들이 아니며 단지 우리의 정체성을 지키길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인 특파원 sangin@yna.co.kr (브뤼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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