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4.20 02:01
수정 : 2005.04.20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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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바오로 2세의 뒤를 이어 제265대 교황에 선출된 베네딕트 16세(요세프 라칭거 추기경)가 19일 오후 성베드로 대성당의 발코니에 나와 광장을 가득 메운 신자들의 환호에 손을 들어 답하고 있다 . 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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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명은 베네딕트 16세… 보수적 성향
요한 바오로 2세의 뒤를 이어 제265대 교황에 독일 출신의 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인 요세프 라칭거(78) 추기경이 선출됐다.
베네딕트 16세로 이름을 정한 라칭거 추기경은 19일 오후(현지시각) 베드로 광장에 운집한 신자들의 환호 속에 성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내 “형제자매들이여, 위대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뒤를 이어 추기경들이 신의 일터에서 일하는 어리석고 보잘것 없는 나를 선출했다. 나는 여러분의 기도에 내 자신을 맡긴다”며 첫 축복을 내렸다.
앞서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비밀 추기경 회의)가 열린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는 회의 이틀째인 이날 오후 5시50분(한국 시각 20일 0시50분)께 교황 선출을 알리는 흰색 연기가 피어 올랐고 베드로광장에서 교황 선출 소식을 기다리던 수만명의 신자와 참배객들은 깃발을 흔들며 “교황 만세”를 환호했다.
이날 예정보다 1시간쯤 일찍 굴뚝에서 피어 오른 연기가 처음에는 검은색인지 흰색인지 구분하기 어려웠으나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새교황 선출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면서 공식적으로 교황 선출이 확인됐다. 바티칸 <라디오방송>은 “단 24시간 만에 교황이 선출됐다니 놀라운 일”이라며 교황 선출 소식을 전했다.
23년간 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을 역임하면서 가장 보수적인 인물로 알려진 라칭거 추기경은 선종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신임을 한몸에 받으며 최측근에서 교황의 대리인 역할을 맡아 온 인물로 새 교황의 유력한 후보로 지목받아왔다. 바티칸/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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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교황으로 선출된 독일의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인 베네딕트 16세가 19일 교황으로 선출된 후 바티칸의 성 베드로 바실리카 성당 발코니에 나와 수만명의 순례자들에게 교황으로서 첫 축복을 내리고 있다.(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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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연기·종소리에 “새교황 만세!” 환호
20일 새벽(한국시각) 새 교황의 선출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자, 성베드로 대성당 광장에 운집해있던 수만명의 인파는 환호성을 울렸다.
일부 신도들은 기뻐 펄쩍 뛰면서 “새 교황 만세” “만수무강하소서”를 외치기도 했고, 친지나 친구들에게 손전화로 새 교황 선출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예상 깨고 24시간 안돼 결정
◇…이날 성 베드로 성당 앞 바티칸 광장과 주변 대로를 꽉 메운 수만명의 군중들은 라칭거 추기경이 성당 발코니의 자주색 커튼을 제치고 등장하자 일제히 환호했다. 라칭거 추기경은 이들에게 이탈리아 말로 “형제 자매 여러분. 추기경단에서 요한 바오로 2세의 뒤를 이어 나를 교황으로 선출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하느님의 충직한 일꾼이 되어달라는 주문이다”라고 말했다.
폴란드 출신의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레흐 바웬사는 이날 라칭거의 교황 선출 소식을 전해들은 뒤 “잘된 선택이며 그가 폴란드 출신 전 교황의 과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그는 “새 교황은 나이가 상당히 많다”며 “그 앞에 놓인 과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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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군중들이 교황 베네딕트 16세의 선출을 축하하고 있다. 제265대 교황으로 선출된 독일의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은 새 교황의 이름으로 베네딕토 16세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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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교황선거는 지난 100년 동안의 선거에서 가장 신속하게 결과가 나온 선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39년 선거에서 이번 처럼 세번째 투표에서 교황이 결정됐고 지난 78년 요한 바오로 1세가 선출될 때는 4번째 투표에서 교황이 선출됐다.
현지 언론들은 콘클라베에서 예상과는 달리 세번째 회의만에 새 교황을 선출하게 되자 “결과가 이렇게 빨리 나올지 몰랐다”며 놀라와 하며 “새 교황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전세계 가톨릭 교도들의 열망이 추기경단에게 전달된 것 같다”고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교황청 라디오방송의 회장인 파스쿠알레 보르고메오 신부는 “추기경들이 콘클라베 이틀째 새 교황을 선출한 것에 놀랐다”고 말했다.
한국 두번째 추기경 나올까
◇…요제프 라칭어 추기경이 새 교황으로 선출되면서 우리나라에서 두번째 추기경이 나올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나라에 추기경은 1969년 교황 바오로 6세에 의해 서임된 김수환(83) 추기경 한 명뿐이다. 김수환 추기경은 한국에 젊은 추기경을 서임해달라는 뜻을 교황청에 여러차례 전했으나 아직까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새 교황이 탄생하면서 우리나라에 추기경이 추가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즉위 초기에 교황이 한 두 번에 걸쳐 추기경단을 추가로 임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성염 주 교황청 한국대사는 최근 한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에서 “새 교황이 선출되면 한국에 추가로 추기경이 임명될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 교구장으로 계신 분들이나 주교님들 가운데서 새 추기경이 나오셔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정적 전망도 많다. 보통 교황청은 교황 선출권을 가진 추기경 수를 120명 이내로 유지하는데, 현재 전 세계 콘클라베 참석권이 있는 추기경이 118명(신원 미공개의 추기경 1명 포함)이나 되기 때문이다.
한국 천주교 신자 수는 1969년 80만명에서 2003년 443만명으로 5배 이상 늘어났지만 추기경 숫자는 늘지 않았다. 천주교인 수가 우리나라의 4분의 1 수준(약 100만명)인 이웃나라 일본만 해도 시라야나기 세이치(77) 추기경과 하마오 후미오(75) 추기경 두 명이다.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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