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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4.06 19:17 수정 : 2008.04.06 22:10

조지 부시(왼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흑해 연안 소치에 자리잡은 푸틴의 여름 별장 인근 부두에서 나란히 산책하고 있다. 소치/AP 연합

부시-푸틴 고별회담

국제정치의 장에서 영원이란 없다. 6일 러시아 소치에서 공식 임기 중 마지막으로 만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고별 회담’은 바닥을 친 미-러 관계와 극적으로 바뀐 지도자들의 처지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고 주말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지난 7년간 대립해온 부시와 푸틴은 이날 자신들의 임기 중 마지막 정상회담에서도 미사일방어체제(MD)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확대문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부시는 공동 기자회견에서 “냉전은 이미 끝났다”며 엠디 등이 러시아를 겨냥하고 있지 않다며 러시아를 달래기 바빴다. 하지만 푸틴은 “우리는 특정 현안에 대해 여전히 심각한 이견을 갖고 있다”며, 미국에 대해 껄끄러운 언사를 자제하지 않았다. 노심초사하는 미국과 뻣뻣한 러시아의 현재 처지를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두 정상은 이날 안보와 대량살상무기, 테러와 경제 등을 포괄하는 ‘전략 프레임워크’에 서명하며 향후 협력 수위를 높일 것이라는 외교적 수사만 공포하는 데 그쳤다.

전날 만찬에서 두 정상은 함께 춤을 추는 등 외교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러나 무게는 다음달 7일 취임하는 푸틴의 후계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의 ‘소개’에 실렸다. <에이피> 통신은 부시에게 자신이 직접 고른 후계자를 소개하는 푸틴의 모습이 “자랑스러운 부모의 모습을 방불케 했다”고 묘사했다.

이런 두 정상의 고별회담 모습은 지난 7년간 한 시대를 풍미한 두 지도자의 뒤바뀐 처지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2001년 처음 푸틴을 만난 부시는 “푸틴은 미국과 함께 세계를 더욱 평화롭게 만들 사람” “그의 눈에서 영혼을 읽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부시로서는 미국의 꼭두각시에 불과했던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이 점찍은 푸틴 역시 미국이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대상으로 여겼다.

푸틴 역시 9·11 직후 부시에게 타국 정상으로는 처음 전화를 거는 등 국가부도 사태에 처했던 국내 경제사정 등 때문에 임기 초 미국을 향해 납작 엎드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라크전 등 미국의 사활적 외교사안에 대해 비판 수위를 높이며 옛소련의 영향력 회복을 도모했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의 정치분석가인 예브게니 볼크는 “푸틴과 부시의 개인적인 친분은 도리어 양국의 관계 증진에 방해가 되는 결과를 낳았다”며, 푸틴에 대한 부시의 우월감이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시사했다.

부시의 우위에서 시작된 두 사람의 관계는 이제 완전히 뒤바뀌었다. ‘강력한 러시아’를 내걸어 국내에서 인기를 얻고, 천연가스 등으로 국력 제고에도 성공한 푸틴은 5월7일 이후에도 총리로 남아 사실상 러시아의 ‘상왕’으로서 권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임기가 반년 남짓 남은 부시는 이라크전 수렁 등으로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도 심한 ‘레임덕’에 빠져 있다.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야기된 금융위기 등 미국 경제도 러시아 경제와 대비된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6일 기사에서 “(소치에서) 부시 대통령은 누구와 주요 현안을 논의해야 할지 헷갈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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