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4.20 19:18
수정 : 2005.04.20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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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 법과대학 정종휴 학장과 새 교황 베니딕토 16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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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겸손 겸비” “유머스러워”
“아직도 내겐 교수님이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대학 교수였을 때 그의 제자였던 김정희 명예교수(67·전남대 사범대 윤리교육과)는 20일 기자와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을 열었다. 여전히 흥분되는 듯 떨리는 목소리였다. 국내 가톨릭 여성 신학자 1호인 그는 독일 레겐스부르크대학 신학과에서 1969년 가을학기 때 교황을 처음 만났다. 그는 당시만 해도 교황이 되리라곤 꿈에도 생각치 못했던 라칭거 교수의 제자가 되어 10년 동안 공부하고 귀국했다. 그러나 여성 신학자를 냉대하던 신학교에서 교수직을 얻지 못하고 방황하던 그는 스승에게 편지를 띄웠다. 그 때 스승은 “분노하지 마라. 여성도 신학을 가르칠 수 있지만 한국 사회가 아직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는가 보다. 세속 대학에라도 가서 교편을 잡으라는 하느님의 뜻인 것 같다”고 답장을 보내왔다.
김 명예교수는 새 교황에 대해 “이렇게 자애롭고 유머스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스승이 언젠가는 ‘여성도 사제가 될 수 있다면 너는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었을 때, 당시 신학을 공부하고 독신이어서 여러 조건을 갖추었지만, ‘사제를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스승이 내말을 듣고 ‘정말 사제를 할 만한 여성은 사제를 하려고 하지도 않는데 그렇지 못한 여성들이 사제를 하려고 해서 문제’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전남대 법과대학 정종휴 학장(55)은 1990년 독일 체류 중 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인 라칭거 추기경을 한 수도원에서 만났다고 한다. 교황의 책 번역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교황으로부터 ‘지혜와 겸손이 넘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포용력과 친화력으로 교회의 존재 가치를 드러냈다면 새 교황은 교회의 본모습을 찾아가는 데 더 주안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조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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