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4.20 19:39
수정 : 2005.04.20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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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5시50분(현지시각)께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새 교황의 선출을 알리는 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는 가운데 평화의 비둘기가 그 위를 날고 있다. 바티칸/AF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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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띤’ 독일 ‘찡그린’ 중남미
전 세계는 19일 로마 가톨릭 보수파의 대표인 요제프 라칭거 독일 추기경의 새 교황 선출 소식에 환호하면서도 그의 보수적 성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했다. 세계 각국 정상들은 예외없이 환영과 함께 협력을 기대하는 성명을 발표했으나, 제 3세계 등 일부에서는 실망감을 감추지 않으면서 개혁 요구와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다.
각국정상 일제히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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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평화 단결 기대”=각국 정상들은 베네딕토 16세 새 교황이 선출된 데 대해 환영의 뜻을 표시하고 새 교황 선출을 계기로 인류의 평화와 단결이 더 공고해지기를 기원했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우리는 미국 시민들 및 전 세계인들과 함께 교황이 가톨릭 교회를 강하고 지혜롭게 이끌어 가기를 기도한다”고 밝혔고,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는 언제나 그래왔듯이 교황청과 상호신뢰 속에 대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새 교황이 독일 출신이라는 점은 우리나라에 큰 영광”이라며 “새 교황은 위대한 세계적인 신학자로, 요한 바오로 2세의 훌륭한 후계자”라고 말했다. 비센테 폭스 멕시코 대통령이 새 교황의 방문을 청하는 등 중남미 국가 정상들도 실망을 감춘 채 아낌없는 환영 인사를 보냈다.
베네딕토 16세가 신학을 공부하며 청소년기를 보낸 독일 트라운슈타인의 성 미카엘 신학교 학생들은 ‘고향 사람’이 교황에 선출됐다는 소식에 환호하고 교장은 눈물을 흘렸다. 학교장인 토마스 프라우엔롭 신부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다. 믿기지 않는다”며 주체할 수 없는 감격을 쏟아냈다. 2003년 당시 추기경이던 교황으로부터 견진성사를 받은 16살의 신학생 로렌츠 그라들은 “그가 교황이 됐다니 환상적이다. 여기 오셨을 때 뵈었는데 정말 멋진 분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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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노골적 불만’=개발도상국과 긴밀히 연계된 교황 선출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았던 중남미는 실망을 넘어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나왔다.
브라질 최대도시 상파울루에서 버려진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줄리오 랑셀로티 신부는 “나는 침묵 속에서 수용한다. 우리 성직자들은 아무런 의견을 낼 수 없다”고 애써 감정을 억누르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토마스 발두이노 전국목회자위원회 위원장은 “새 교황이 해방신학에 대한 거부감을 바탕으로 보수주의를 강화하려 한다면, 많은 사람이 오른쪽으로 가 있는 시계추를 움직이고 싶어한다는 사실도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방신학 없앨 사람”
멕시코의 사회학자이자 종교 문제 전문가인 베르나르도 바랑코는 로마 체류 중 전화 인터뷰를 통해 “중남미의 재앙”이라고 노골적으로 불평했다. 그는 “새 교황은 해방신학을 없애려 했다. 그는 중남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남미의 많은 서민들은 자신들의 문제에 더 신경을 쏟을 개도국 출신 교황이 선출되기를 기대해왔다.
첫 흑인 교황을 희망했던 아프리카도 아쉬운 표정이었으며, 언론 보도도 대체로 담담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교황 후보로 지목됐던 프란시스 아린제 추기경의 고향인 나이지리아 에지오웰레의 한 신부는 “성령의 역사로 새 교황이 탄생한 만큼 모든 가톨릭 신도들은 그와 함께 할 것”이라며 “마음 상할 문제가 전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아공 프리토리아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나이지리아 아린제 추기경이 새 교황에 선출되기를 비단 나이지리아인 뿐만 아니라 남아공 국민들도 원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조금은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다원주의 수용” 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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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서도 개혁의 목소리=가톨릭 내부에서도 진보적 또는 자유주의적 개혁 운동이 어느 나라보다 활발해 전부터 새 교황과 마찰이 잦았던 새 교황의 고향이자 종교개혁의 나라 독일에서는 자국 출신 교황 배출에 매우 기뻐하고 하는 반면에 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요하네스 프리트리히 바이에른주 개신교 교구장은 “그리스 정교나 영국 성공회나 개신교를 가톨릭과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로 받아들이고 제외 또는 배척하지 말기를 희망한다“며 종교적 다원주의를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클라우디아 로트 녹색당 당수도 “우리는 개혁을 관철하고 교회를 개방할 의지를 가진 교황을 희망한다”며 “새 교황은 여성의 동등한 권리를 인정하고 동성애자들도 차별하지 않으며, 에이즈와의 싸움과 미혼모 보호와 관련해서도 새로운 입장을 취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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