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4.11 21:36
수정 : 2008.04.11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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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연료 논쟁 갈수록 활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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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곡물값 폭등 주범” 공세
브라질 ‘에탄올 특공대’ 꾸려 반격
유엔 “3년새 83% 껑충”…룰라 “식량소비 증가 탓”
한때 친환경 에너지로 각광받던 바이오연료가 곡물값 폭등의 주범이라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바이오연료 생산 확대를 둘러싼 공방이 본격 점화됐다.
세계 최대 바이오에탄올 수출국인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이 10일 바이오연료 비판론에 대한 적극 방어에 나섰다. 그는 “바이오연료가 물가인상을 불러온다고 말하지 말라”며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전했다. 룰라 대통령은 곡물값 상승의 원인이 바이오연료가 아니라 식량소비 증가라고 반박하면서, “오늘날 먹는 사람이 훨씬 늘어났다. 중국인도, 인도인도, 브라질인도 먹는다. 사람들은 더 오래 산다”고 말했다.
바이오연료 ‘대국’ 지도자의 이같은 발언은,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9일 식량값 상승과 바이오연료의 영향에 대한 조사 필요성을 강조하며, 7월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서 논의하자고 제안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자크 디우프 사무총장도 이날 식량가격이 지난 3년 동안 83%가 인상됐다며, 주요 원인으로 바이오연료를 지목하는 등 최근 바이오연료 생산 확대에 대한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논란은 바이오연료가 사람이 먹는 곡물을 원료로 한다는 근본적인 내용에서 출발한다. 주로 곡물에서 추출한 기름이 원료가 되는 바이오디젤과 곡물의 당분을 발효시켜 만든 바이오에탄올 모두 사탕수수·밀·옥수수·감자·보리 등 사람이 먹는 곡물을 원료로 삼는다. 곡물값 폭등으로 굶주린 이들이 세계 곳곳에서 폭동을 일으키는 상황까지 이르다보니, 식량 작물의 생산을 갉아먹는 바이오연료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된 것이다.
바이오연료 비판론으로 가장 타격을 입게 된 나라가 브라질이다. 브라질은 정부 실무자들이 참여하는 ‘에탄올 특공대’를 결성해 적극적인 반론을 펼 계획이다. 룰라 대통령은 바이오연료 생산이 곡물 재배에 그다지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바이오연료용 사탕수수 재배 면적이 브라질 전체 경작지의 3% 수준에 지나지 않고, 아마존 삼림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재배된다는 이유를 들었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유럽연합 집행위원장도 지난달 바이오연료가 곡물값 인상과 온실가스 배출을 늘린다는 주장은 “과장됐다”고 비판했다.
국제 투기자본까지 가세해 수직상승한 곡물값이 떨어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바이오연료를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 더 가열될 전망이다. 2020년까지 바이오연료 사용비율을 10%까지 올리는 계획을 고수하고 있는 유럽연합(EU)이 본격적인 전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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