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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4.15 22:13 수정 : 2008.04.16 00:10

영리를 쫓아 가입자의 건강을 외면하는 민간의료보험의 폐해를 고발한 미국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의 영화 <시코>의 포스터.

민간건보 고가약 본인 부담 20~33%↑…고령자 치료비 10% 연금서 원천징수

항암제 1달 부담금 1천달러
미 백혈병 환자 약 복용 미뤄
“연금 4백만엔이상 보험료↓
3백맘엔이하↑” 일 야당 비판

유럽에 비해 사회보장제도가 열악한 미국과 일본에서 기초적 안전망인 의료보험이 뒷걸음질치고 있다.

미국에서는 민간 건강보험들이 고가 약품을 복용해야 하는 가입자들의 본인 부담률을 20~33%로 늘리는 새 방침을 도입해 논란을 빚고 있다. 다발성 경화증에 걸린 로빈 스타인완드(53)는 지난 1월 8년째 복용해온 약의 본인 부담금이 매달 20달러에서 325달러로 크게 늘어 깜짝 놀랐다. 약을 살 때 10·20·30달러 식으로 일정액만 내면 되던 이전과 달리, 약값에 비례해 돈을 내야 해 부담이 급증한 것이다.

현재 미국 전체 민간 건강보험 업체 가운데 10% 가량이 이런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뉴욕타임스>는 15일 보도했다. 이들 업체는 보험 가입자들이 값싼 약을 선택하도록 해 보험 재정에 부담을 덜 주고, 결과적으로 보험료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암·혈우병·류머티스성 관절염 등의 고가 치료약을 복용해야 하는 환자들은 치명적 타격을 피할 수 없다. 값싼 대체약이 없을 뿐더러 복용을 중단했다가는 생명에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골수성 백혈병을 앓는 로버트 배닝(81)은 평생 복용해야 하는 항암제의 한달 본인 부담금이 1천달러을 넘자 약 복용을 미루고 있다. 버클리 캘리포니아주립대의 제임스 로빈슨 교수(보건경제학)는 “이는 (여러 사람이 비용을 분담해 소수의 아픈 이들을 돌보는) 보험의 전통적 개념 자체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보험에 가입한) 환자들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매달 수천달러의 약값을 내는 상황은 무언가 단단히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에서는 15일부터 75살 이상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새로 시행되는 의료보험제도를 둘러싸고 논란이 분분하다. 이 제도는 치료비의 10% 가량(평균 월 6천엔)을 연금에서 원천징수해 보험료 누수를 막고 행정비용을 줄이는 게 목적이다. 75살 이상 1300만명가운데 연금액이 연간 18만엔이 넘는 사람 등 80%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후생노동성은 지불능력에 따른 공평한 부담을 강조했다. 노인의료 수요 확대로 의료보험 적자에 허덕이는 시·구가 절반을 넘는 현실을 개선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오히려 부담이 늘어난 저소득층이 적지 않다고 일본 언론들은 보도했다. 도쿄 23구에서 연금수입이 연간 4백만엔 이상인 사람은 보험료가 줄어들지만, 300만엔대 이하에선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민주당 등 야당들은 14일 공동거리 연설회에서 “새 의료제도는 고령자의 부담을 늘리는 것”이라며 즉각 폐지를 주장했다. 서수민 기자, 도쿄/김도형 특파원 wikk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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