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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4.18 20:27 수정 : 2008.04.18 20:49

라울 카스트로(오른쪽)가 2003년 12월23일 쿠바 의회에서 피델 카스트로 당시 국가평의회 의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아바나/AFP 연합

휴대폰 허용·임금제한 철폐…
라울 잇단 ‘개방조처’에
피델 “적의 이데올로기”
“바람직” “위험” 찬반 갈려

가전제품-휴대전화-호텔이용-임금제한-국영주택 소유……. 몇십년에 걸친 쿠바의 금기사항들이 최근 한달 남짓 사이에 줄줄이 해금됐다.

라울 카스트로가 지난 2월24일 형 피델 카스트로에게 국가 최고지도자인 국가평의회 의장직을 물려받은 뒤 잇따라 내놓은 조처다.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는 18일 “허가없이 해외여행을 허용하는 방안이 사실상 확정됐으며 세부 내용을 결정하고 있다”고 쿠바 상황을 전했다. 부인할 수 없는 분명한 변화이며, 쿠바인들도 대체로 환영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최근 쿠바의 이런 변화에 대해, 국민들의 생활 편의를 고려했다는 뜻에서 ‘친이용자형 사회주의’라고 이름붙였다.

하지만, 1959년 사회주의 혁명을 이끌었던 피델 카스트로를 비롯한 혁명세대는 다소 못마땅한 모양이다. 카스트로는 16일 공산당 기관지 <그란마>에서 “적의 이데올로기에 굴하지 마라”고 주장했다. 카스트로는 퇴임 뒤에도 이곳에 ‘카스트로의 생각’이라는 글을 썼지만, 최근의 변화를 언급하기는 처음이다. 그는 “‘특수한 시기’에 이데올로기 전쟁에서 패배한 것은 옛 소련의 붕괴에 따른 피할 수 없는 결과였다”며 “인간의 본성과 심리를 잘 분석해야 하며, 대처할 시간은 무척 짧다”고 지적했다. 옛 소련 붕괴 뒤 원조가 끊겨 미국 달러 유통 허용 등 자본주의적 요소를 불가피하게 받아들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른 만큼 최근의 개방조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간접 비판한 것이다.

라울 취임 뒤 경제개방 조치
쿠바에서는 라울의 개방 조처를 둘러싸고 ‘바람직한 수순’이라는 긍정적 평가와 ‘위험한 선택’이라는 비판이 엇갈려왔다. <에이피>(AP) 통신은 “평범한 쿠바인들이 혐오하는 제한을 없애, 라울은 공산당 1당체제에서 제기되는 근본적인 정치·경제적 변화 요구를 진정시킬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란마>가 개방 조처는 사회주의를 공고히할 것이라고 보도한 점도 비슷한 맥락이다.

카스트로처럼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작은 휴대전화 하나가 사회주의국가 쿠바에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빈부격차를 가속화하고, 체제를 무너뜨리는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200달러 가까이 하는 휴대전화는, 한달 평균 월급이 17~20달러 수준인 보통 쿠바인에겐 그림의 떡이다. 눈만 높아져 사회불만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캐나다에 거주하는 쿠바 전문가인 후안 안토니오 블랑코는 “쿠바 정부가 지금 다이나마이트 위에 앉아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다면 대단히 근시안적이다”고 경고했다.

쿠바의 새로운 도전인 개방이 어디까지 진행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개방의 역작용이 가시화하면서 공방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워싱턴의 저명 연구기관 <서반구문제위원회>(COHA)는 15일 개방의 범위나 성공 여부는 “라울과 쿠바인 못지 않게 (47년째 경제봉쇄를 하고 있는) 미국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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