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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 카스트로(오른쪽)가 2003년 12월23일 쿠바 의회에서 피델 카스트로 당시 국가평의회 의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아바나/AF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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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 잇단 ‘개방조처’에
피델 “적의 이데올로기”
“바람직” “위험” 찬반 갈려 가전제품-휴대전화-호텔이용-임금제한-국영주택 소유……. 몇십년에 걸친 쿠바의 금기사항들이 최근 한달 남짓 사이에 줄줄이 해금됐다. 라울 카스트로가 지난 2월24일 형 피델 카스트로에게 국가 최고지도자인 국가평의회 의장직을 물려받은 뒤 잇따라 내놓은 조처다.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는 18일 “허가없이 해외여행을 허용하는 방안이 사실상 확정됐으며 세부 내용을 결정하고 있다”고 쿠바 상황을 전했다. 부인할 수 없는 분명한 변화이며, 쿠바인들도 대체로 환영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최근 쿠바의 이런 변화에 대해, 국민들의 생활 편의를 고려했다는 뜻에서 ‘친이용자형 사회주의’라고 이름붙였다. 하지만, 1959년 사회주의 혁명을 이끌었던 피델 카스트로를 비롯한 혁명세대는 다소 못마땅한 모양이다. 카스트로는 16일 공산당 기관지 <그란마>에서 “적의 이데올로기에 굴하지 마라”고 주장했다. 카스트로는 퇴임 뒤에도 이곳에 ‘카스트로의 생각’이라는 글을 썼지만, 최근의 변화를 언급하기는 처음이다. 그는 “‘특수한 시기’에 이데올로기 전쟁에서 패배한 것은 옛 소련의 붕괴에 따른 피할 수 없는 결과였다”며 “인간의 본성과 심리를 잘 분석해야 하며, 대처할 시간은 무척 짧다”고 지적했다. 옛 소련 붕괴 뒤 원조가 끊겨 미국 달러 유통 허용 등 자본주의적 요소를 불가피하게 받아들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른 만큼 최근의 개방조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간접 비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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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 취임 뒤 경제개방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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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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