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구티에레스 파면…브라질에 망명 요청…시위대, 출국 막아 독재권력을 휘둘러왔다는 비난을 받아온 루시오 구티에레스(48·사진) 에콰도르 대통령이 집권 2년여 만에 결국 권좌에서 쫓겨났다. 에콰도르 의회는 구티에레스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시위가 거세지자 20일 임시 회의를 열어 대통령을 파면하고 알프레도 팔라시오(66)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이어받도록 결정했다고 <에이피통신> 등이 보도했다. 의원 100명 가운데 임시 회의에 참석한 의원 62명은 정국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며 만장일치로 대통령 축출을 결정했다. 팔라시오 신임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구티에레스의) 오만과 독재는 끝났다”고 말했다. 브라질은 이날 밤 “구티에레스 전 대통령이 에콰도르 수도 키토에 있는 브라질 대사관에 머물고 있다”며 “구티에레스가 망명을 요구해 와, 현재 브라질 정부는 이에 필요한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시민 수백명은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망명 요청을 받아들이지 말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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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1997년 탄핵된 압달라 부카람 전 대통령 쪽 의원들의 도움을 받았던 구티에레스는, 지난 3월 대법원을 움직여 부카람의 부패 혐의를 없애 그가 이달 초 귀국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양쪽의 야합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면서 급기야 19일 밤에는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3만여명의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 무력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현재 일부 시위대들은 구티에레스가 키토 공항을 통해 외국으로 도망갈 것에 대비해 군용 활주로에서 비행기 이륙을 막고 있다. 공항은 보안상 문제로 폐쇄됐다. 한편, 에콰도르 헌법은 대통령이 직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았을 때 의회가 대통령을 파면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윤진 기자 mind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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