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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원자로(왼쪽) 모습과 북한의 원자로 모습을 비교한 사진. 비비시(BBC)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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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북-시리아 핵협력’ 확인 파장
미국-이스라엘 관계 등 맞물려 진로 예측불허미·중, ‘6자 틀안에서 관련 의혹 해소’ 차단막
“부시, 국내반발 제어 리더십 여부 변수” 분석
24~25일 6자 회담의 진로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두 가지 상황이 동시 발생했다. ‘싱가포르 잠정합의’ 이행을 위한 북-미간 평양 실무협의의 성공적 진행과 북한-시리아 핵 협력을 ‘기정사실화’한 미국 백악관 대변인의 성명 발표가 그것이다. 전자가 6자 회담을 진전시킬 추동력이라면, 후자는 6자 회담을 국제정치와 미국 외교정책의 최대 난제 가운데 하나인 ‘중동정치의 수렁’에 빠져들게 할 수 있는 악재다. 앞으로 어느 쪽이 힘을 받느냐에 따라 6자 회담의 진로가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한국·미국· 중국 정부는 ‘관련 의혹을 6자 회담의 틀 안에서 풀어나가자’는 방침을 밝히며, 북-시리아 핵 협력설의 파문 확산을 경계하고 있다. 미 정부는 백악관 성명을 통해 “6자 회담의 틀 안에서 우리의 파트너들과 협력해 엄격한 검증 메커니즘을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싱가포르 잠정합의’와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진 22~24일 북-미간 실무협의 결과에 따라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뜻이다. 한국 정부의 고위 관계자도 25일 “6자 회담 내 확고한 검증 메커니즘을 확립하는 게 중요하다”며 “북쪽도 앞으로 있게 될 철저한 검증에 적극 협조함으로써 자신들의 의혹을 철저히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6자 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북-시리아 핵 협력 논란이 “6자 회담의 진전에 영향을 끼쳐선 안 된다”고 차단막을 치고 나섰다. 북쪽의 성실한 핵 신고 및 관련국들의 상응조처를 동시행동 원칙에 따라 이행하는 한편으로 북-시리아 핵 협력 논란은 북쪽의 적극적 해명과 6자 회담 참가국들의 철저한 검증·모니터링을 통해 해소해나가자는 ‘출구론’적 해법이다.
하지만 사태가 이들의 뜻대로 풀릴지는 의문이다. 북-시리아 핵 협력 논란은 미-이스라엘 관계를 축으로 한 ‘중동정치’와 맞물린, 휘발성이 강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다른 고위 관계자는 “2차 북핵위기의 발발 원인이 됐던 우라늄농축프로그램이 미국 내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의제라면, 핵 협력설은 미국 내 친이스라엘 세력과 네오콘이 모두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핵 협력설은 북핵문제보다 국제정치적으로 훨씬 복잡한 맥락을 지니고 있을 뿐더러, 미국 내 문제제기 집단의 정치적 동원력과 발언력이 강력하다는 것이다. 미국 내 친이스라엘 세력은 미국 대외정책에 가장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백악관 성명에 시리아의 테러지원 및 이란의 핵 활동 등 ‘중동정치’에 대한 언급이 많은 점은 이런 맥락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연말 대선을 앞둔 미국 국내 정치의 역학관계에 따라선 미 행정부가 북쪽에 더 많은 해명을 요구하고 대북 상응조처의 실행을 늦추게 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북쪽의 반발과 맞물려 6자 회담 과정이 크게 흔들릴 우려가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핵 협력 논란을 ‘판도라의 상자’에 비유했다. 김연철 고려대 연구교수는 “6자 회담이 중대한 고빗길에 들어선 것 같다”며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국내 정치적 반발을 제어하는 리더십을 얼마나 발휘할 수 있느냐가 핵심 변수”라고 지적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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