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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24 22:01 수정 : 2005.04.24 22:01



“내가 죽으면 한국에 묻어 주세요.”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한 영국인 유해가 죽은 지 1년여 만에 그가 목숨 걸고 싸웠던 격전지에 돌아왔다.

24일 오후 경기 파주군 적성면 설마리에선 당시 이등병으로 참전한 영국군 사병 스콧 베인브리지의 유골 가루가 동료 50여명과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뿌려졌다. 이곳은 영국군이 한국전쟁에서 벌인 가장 치열한 전투로 기록된 ‘임진각 전투’ 현장이다. 지난 1951년 4월 당시 영국군 29 보병여단은 이곳에서 수만 명의 중공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지금 그 현장에는 당시 전투 기록을 새긴 영국군 전적비가 세워져 있다. 이날 열린 추모식에서 당시 전우들은 베인브리지가 인해전술로 나온 중공군에 맞서 한 사람 당 적군 50명을 상대했을 정도였다고 가족들에게 전했다.

지난해 3월 71살을 일기로 숨진 그는 19살 나이에 두려움과 걱정을 안고 낯선 한국 땅에 도착했다. 그는 전쟁이 끝난 뒤 영국에 돌아가 성당 관리직에 종사하면서, 평소 가족들에게 자신이 죽으면 유골을 한국에 묻어 달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딸 사라는 “아버지는 평생 한국과 한국인들을 사랑하셨다”며 “전쟁 뒤 한국을 두 번 방문했는데, 2001년 처음 한국에 갔을 때는 한국의 변화된 모습을 보고 무척 감격스러워했다”고 회상했다. 가족들은 베인브리지가 한국에서 사귀었던 친구들과의 기억을 늘 떠올렸고, 영국에서 열리는 한국 관련 행사에는 빠짐없이 참석했다고 전했다. 그가 쓰러진 것도 한국전 참전용사 모임에 나가 담소를 나눈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고 한다.

한국전쟁 당시 영국군은 미국 다음으로 많은 8만7천명이 참전해 1,109명이 전사했고, 이 가운데 800여 명은 부산 유엔묘지에 안치돼 있다.


윤진 기자 mind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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