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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6.13 20:14 수정 : 2008.06.13 20:14

미 대법원 “수감 정당성 결정 없이 구금 불가” 판결
부시·매케인 반발…오바마 “법치국가 신뢰 재정립”

고문을 비롯한 인권침해가 일상적으로 자행돼 미국 주도 ‘대테러 전쟁’의 역작용을 압축적으로 드러내온 쿠바 관타나모 포로수용소의 수감자도 민간 법정에서 자신의 무죄를 주장할 헌법상 권리가 있다는 미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졌다.

연방대법원은 12일 외국인 테러용의자들도 법원에서 수감이 정당한지에 대한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는 구금될 수 없다는 ‘인신보호청구권’을 갖는다고 5 대 4로 판결했다. 앤서니 케네디 판사는 관타나모에 수용된 외국인 포로 37명이 미국 정부를 상대로 낸 이 소송 판결에서 “자유와 안보는 우리의 법 체계 안에서 융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관타나모에 수용된 테러용의자의 권리를 다루는 부시 행정부의 자세에 대해 법원이 세번째로 꾸짖었다”고 평가했다.

대법원은 2004년 연방법원이 포로수용소의 외국인 감금이 적법한지 따질 권리가 있다는 판결을 내놓았고, 2006년에는 관타나모 테러용의자들을 군사법정에 세울 권리가 대통령에게 없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는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에서 새로운 법안을 마련하는 식으로 연방대법원의 결정을 피해갔다. 2006년에 마련된 군위원회법(MCA)은 관타나모 수용자의 인신보호청구권을 박탈하고 특별법정을 설치하도록 했다. 이번에 연방대법원이 내놓은 판결은 “헌법적으로 적절한 대체가 되기에 부족하다”며 행정부의 편법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관타나모 수용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것일 뿐, 당장 포로수용소를 폐지하도록 한 것은 아니다. 또 법원에서 수용자에 대한 신문이 곧바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뉴욕타임스>는 “부시나 차기 행정부가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하지 않는 한, 몇개월에서 몇년에 걸친 법정 소송이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은 판결에 대한 불만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이탈리아를 방문 중인 그는 “법원의 결정을 따르겠지만,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베트남전 당시 5년 동안 포로로 수감됐던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후보도 “대단히 우려스럽다”며 “그들은 불법 전투원이고 미국 시민권자가 아니다”고 말했다. 소수 의견을 낸 안토닌 스칼리아 판사는 “미국인들이 더 많이 살해될 게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후보는 “관타나모에서 법적 구멍을 만들려는 부시 행정부 시도에 대한 거부”라며 “법치국가의 신뢰를 재정립하는 데 중요한 걸음”이라고 강조했다.

2001년 9·11 테러 뒤 만들어진 관타나모 포로수용소는 그동안 고문 등 인권침해가 드러나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을 받아왔다. 현재 미국이 알카에다·탈레반 등 테러단체와 연결됐다며 체포한 ‘적전투병’ 270명이 수용돼 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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