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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선곡 위해” 기부금 운영 라디오…“광고비 줄여 공정 임금” 옷회사…
미국 등 18~30살 소비자 37%“사회적 의식있는 브랜드 선호”
매출 100만달러 등 경영 성공 광고와 대기업, 세계화 반대를 내건 중소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비즈니스위크>는 20일 ‘자본주의 개혁’이라는 목적을 감추지 않는 ‘안티 기업가’(antipreneur)들이 이끄는 회사들이 젊은 소비자들의 지갑을 여는데 성공하고 있다고 20일 보도했다. 캘리포니아의 인기 디제이(DJ) 빌 골드스미스는 2000년 꿈에 그리던 광고 없는 인터넷 라디오 방송국 ‘라디오패러다이스’를 세웠다. 1990년대 이후 방송의 상업화가 가속화되며 자유롭고 창의적인 선곡이 어려워지자 이 방송국을 세운 것이다. 청취자들의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사이트는 평균 동시 접속자가 1만5천명으로, 지난해 매출 100만 달러를 올릴 정도로 자라났다. 캐나다인 광고 반대 운동가 칼레 라슨은 2003년 운동화의 옆구리 상표 자리에 아무 그림도 없는 ‘블랙스팟’ 신발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노동 착취로 악명이 높은 나이키 등 ‘브랜드’ 신발을 비꼰 것이다. 노조 가입 노동자들만이 생산하는 신발은 총 3만켤레가 팔렸다. 블랙스팟의 첫 광고 문구는 “자본주의를 다시 생각해보자”로 정해졌다. 윤리적 의류기업 ‘노스웨트어패럴’은 광고 대신 입소문에 의존한다. 노동자들에게 공정 임금을 주려면, 원가를 20%나 올리는 광고비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동물 가죽을 쓰지 않는 뉴욕의 신발기업 ‘무슈즈’는 채식주의자 매체에만 광고를 낸다. 안티 기업가들의 최대 고객은 ‘대기업’으로 대표되는 주류 사회에 냉소적이지만, 환경과 노동 등 사회적 가치는 중요시하는 젊은이들이다. 2천억달러의 구매력을 가진 18~30살 소비자 가운데 37%가 사회적 의식이 있는 브랜드를 선호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있다.
위스콘신대 어맨다 헬름 교수(경영학)는 “냉소적인 소비자들은 시장이 극소수를 제외하곤 악하고 거짓된 이들로 가득차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들은 자신들이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기업을 찾아낼 경우, 높은 충성도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안티 기업가들은 기업 행위를 통해 자본주의 자체를 바꾸려는 한다는 점에서, 박애적 목적을 위해 기업을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의 경영자들과 구별된다. 그러나 이들 역시 기업 확장과 성장 욕구에서 자유롭지 않다. 무슈즈의 공동 창업자 에리카 쿠버스키는 “과거보다 똑똑해진 소비자들은, 진심으로 믿지 않고 말로만 주장하는 기업을 절대로 믿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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