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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미사일 실험, 이스라엘 공습훈련 맞선 ‘반격’
“미국, 연말 침공할것” “정치쇼 불과” 분석 엇갈려
이란의 핵 개발을 겨냥한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란 침공’ 위기가 이란의 미사일 발사실험으로 고조되고 있다. 9일 이란은 사막지대에서 페르시아만을 향해 1t짜리 재래식 탄두를 장착한 샤하브-3 미사일 등 중·장거리 미사일 9기를 쏘아 올렸다. 10일에도 미사일 발사실험은 이어졌다. 이란의 미사일 발사는 위협이자 반격이었다. 이란 혁명수비대 호세인 살라미 장군은 9일 “군사훈련과 공허한 심리작전으로 위협하는 적들에게 우리의 손은 늘 방아쇠에 올려져 있음을 경고한다”고 말했다. 샤하브-3 미사일은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는 물론 카타르·바레인·이라크 등 인근에 주둔한 미군을 타격할 수 있다. 백악관은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으려면 더이상의 미사일 실험을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이스라엘은 지난 6월 중순 지중해에서 전투기 100대를 파견해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였다. 이런 무력 과시 뒤 이란 폭격설은 점점 커졌다. 이란의 핵 개발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면서, 이란 군사공격설은 구체적 시기까지 언급되고 있다. 미국의 11월 대선과 내년 1월 차기 대통령 취임 사이에 공격이 감행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군사전문 연구기관 <글로벌시큐리티> 존 파이크 소장은 “폭격은 부시 대통령의 마지막 또는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후보의 첫 행동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실제로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많다. 배럴당 140달러로 뛴 유가는 중동에서 전쟁이 터진다면 몇 백달러까지 치솟을지 모른다. 이란은 국제 석유거래량의 40%가 지나가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라크전 수렁에 빠진 미국이 또다른 전쟁을 수행하기도 어렵다. 마이클 물런 미 참모총장은 지난 2일 “미국이 지금 제3의 전선을 펼치는 것은 대단히 힘겨울 것”이라고 말했다. 양쪽 모두 전쟁 가능성도 부인하고 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설은 “웃기는 농담”이라며, “조만간 전쟁은 없다고 장담한다”고 말했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도 이란이 “외교·경제적 해법을 바란다는 신호로 본다”고 말했다. 결국, 서로의 무력시위는 전쟁보다는 또다른 목적을 노린 ‘쇼’인 셈이다. 한국외국어대 유달승 교수(중동정치)는 “이란을 고립시켜 이라크 철군을 둘러싼 불협화음을 잠재우고, 이란-이라크 시아파 연대를 차단하는 등 정치적 목적이 크다”고 분석했다. 유 교수는 △샤하브-3 미사일 등 중동 불안 요소 제거 △현 정권 고립을 통한 2009년 이란 대선 정권 교체 등도 미국 등의 정치적 의도로 분석했다. <에이피> (AP) 통신은 “석유가 풍부한 중동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이 오랫동안 지배력을 행사해 왔지만, 이란이 전략적 패권을 차지하려 들면서 벌어지는 갈등”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이란 정권의 복잡한 지배권력 관계와 미국의 정권 교체 상황도 서로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 중동의 패권을 차지하려는 서로의 으르렁거림은 한동안 계속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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