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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카에다 활동 분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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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부 “알카에다 이미 몰락” 테러와의 전쟁 성과 자신
군사네트워크 진화 주장도…달러 경제체제 타격 노려
2001년 9·11 테러 이후 세계를 을러대던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에서 목표였던 알카에다는 지금 어떻게 됐나?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2008 회계연도까지 미국이 대테러전에 쏟아부은 돈이 약 7000억달러(700조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 결과 알카에다는 괴멸적인 타격을 받고 몰락 중이라는 게 미국 정부의 대체적 자평이다. 하지만 알카에다는 ‘테러와의 전쟁’을 거치며, 오히려 전세계에 걸친 ‘테러 네트워크’로 진화했다는 지적도 많다.
마이클 헤이든 미국 중앙정보국(CIA)장은 최근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라크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알카에다는 거의 전략적인 패배를 맛보고 있으며, 세계적으로도 눈에 띄게 몰락하고 있다. 이슬람 세계에서 반대하는 세력이 늘면서 사상적으로도 패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두뇌집단 ‘테러 없는 내일’(TFT)의 여론조사를 보면, 파키스탄에서 알카에다에 대한 지지는 과거 70%에서 지난 6월 12%로 곤두박질쳤다.
파키스탄군이 2005년 가로챈 알카에다 2인자 아이만 알자와히리의 편지는 알카에다가 겪는 곤란을 보여준다. 그는 편지에서 나약함, 자금 부족, 연락의 어려움, 체포와 암살의 두려움 등을 토로했다. 김선일씨 살해를 지휘한 것으로 보이는 ‘알카에다 메소포타미아’ 지도자 아부 무삽 알자르카위 등 알카에다 지휘부 다수는 미국의 공격으로 숨졌다. 라이언 크로커 주이라크 미국 대사는 5월 기자 회견에서 “알카에다가 패배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은 어느 때보다 그 상황에 가깝다”고 말했다.
하지만 알카에다의 진화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크다. 알카에다는 핵심 구성원이 단지 수백명에 불과하나, 수천~수만명의 전투원을 가진 여러 종류의 테러 조직들과 끈을 가지며, 테러단체를 재배양하는 군사 네트워크와 같다고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특집기획 기사에서 밝혔다.
알제리 무장 반군세력의 급속한 부활이 좋은 사례다. <뉴욕 타임스>는 몇 년 전만 해도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알제리의 무장 반군세력이 ‘알카에다로부터 생명줄을 얻었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 단체 지휘관 압델말렉 드룩달은 2004년 알자르카위에게 비밀편지를 보냈고, 알카에다 2인자 알자와히리는 2006년 9월, 두 조직의 “축복받은 연합”을 공표했다. ‘알카에다 이슬람 마그레브(아프리카 북서부)’로 이름을 바꾼 이 조직은 지난 12월 수도 알제에서 벌인 연쇄폭탄 테러로 60여명을 숨지게 하는 성공적인 ‘재기전’을 벌였다. 알카에다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이 조직 외에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알카에다와 끈이 닿는 조직으로 분류하는 단체는 110여개에 이른다.
미국 국방부 시스 존스 고문은 “지금 알카에다는 9·11 테러 당시와 비견될 만한 위협”이라고 분석했다.
알카에다 지휘부는 현재 파키스탄과 아프간 접경 파슈툰 부족 자치지역 어딘가에서 안전하게 새로운 무장세력들을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미국 정보부는 이미 1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뉴욕 타임스>가 최근 전했다. 한 퇴역 중앙정보부 요원은 알카에다가 이 비밀기지에서 키우는 병사들이 3년 전에 이미 700~2천명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들은 미국 공군이 아프간 토라보라에서 폭격에 열을 올리고 있던 2002년 3월 아프간으로부터 이 지역에 흘러들었다. 2005년까지 이 지역의 책임 관리관이었던 마무드 샤는 “그들은 조용히, 꾸준히 산중턱에 통신수단을 구축하더라”고 말했다.
알카에다의 공격은 최근 산업시설, 특히 석유 관련 시설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오사마 빈라덴은 2004년 12월 영상 메시지에서 “우리의 적이 우리를 지배하는 최우선 방법 가운데 하나는 우리의 석유를 훔치는 것”이라며 “여러분의 작전을 특히 이라크와 걸프만의 석유 시설에 집중하라”라고 말했다. 2006년 2월 폭발물을 태운 차량이 세계 최대 정유시설이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압카이크 석유 복합단지로 돌진하다가 실패한 사건은 향후 테러의 방향을 잘 보여준다. 대테러 국가 사이의 협조 강화로 미국·유럽 등에 대한 본토 공격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테러단체가 석유시설을 노리는 한 이유다. 알카에다는 석유시설 공격을 미국 달러 중심에 대한 경제체제를 타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여기고 있다고 미국의 중동미디어연구소(MEMRI)가 지난해 발간한 ‘전쟁은 … 군사가 아닌 경제’라는 보고서가 지적했다. 미국 테러예방기념연구소(MIPT)는 2007년 발간한 테러 진화에 대한 보고서에서 세계 원유 공급이 4%만 줄어도 투기세력 등의 영향으로 177%의 가격 변동을 가져온다고 내다봤다. 세계 원유 생산의 반은 각각 10만배럴 이상씩을 생산하는 116개의 거대 유전에 기대고 있다. 약 4천대의 유조선이 세계 석유 유동량의 60%를 담당한다. 이 가운데 몇몇에 대한 테러만으로도 세계 경제에 큰 타격이 된다는 얘기다. 권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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