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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병사들이 11일 남오세티야 주도 츠힌발리에서 남쪽으로 약 15㎞ 떨어진 제모니코지 마을에서 솟아오르는 포연을 바라보고 있다. 이 지역에서 러시아군과 그루지야군의 충돌로 러시아군 4명이 숨졌고 츠힌발리에 대한 그루지야군의 공중폭격과 포사격이 재개됐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이 전했다. 제모니코지/AF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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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러시아 군인이 11일 남오세티야 츠한발리 외곽에서 숨진 그루지야 군인의 주검을 지나쳐 달리고 있다. 츠한발리/AF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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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엄청난 자신감 속에 그루지야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소련 붕괴 뒤 미국의 요구에 순응하던 모습은 간 곳 없다. 미국과 맞서던 옛 소련 시절의 모습까지 상기시키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11일 “푸틴이 소련 붕괴 이후 겪었던 모욕에 대한 반격에 나섰다”고 전했다. 그루지야 전쟁은 부활하는 러시아의 의지 표현과 다를바 없으며, 소련 붕괴 이후 잃어버린 영향력 확대를 의미한다는 분석이다. ‘러시아 제국’의 부활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오일과 가스로 엄청난 부를 축적한데다, 유럽에 거의 독점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세번째로 국방예산이 많은 러시아가 과거의 지위를 회복하기엔 지금이 ‘적기’이기 때문이다. 국제사회가 이번 전쟁의 의미를 확장해서 보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옛 체코에 대한 나치 독일의 침공을 이끈 ‘주데텐 위기’(체코 주데텐의 독일인 자치문제로 불거진 분쟁)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처럼, 러시아의 그루지야 침공의 직접적 원인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11일 짚었다. 단순히 그루지야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요구를 꺾는 것이 주요한 목표가 아니라는 뜻이다. 대신, 2003~2004년 우크라이나와 그루지야에서 ‘색깔혁명’으로 친서방 정부가 들어선 뒤, 러시아가 지정학적 측면이나 이데올로기적 측면에서 고립된 데 대한 ‘역공’의 의미가 더 크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러시아로선, 그루지야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마침내 자국의 이익을 지킬 수 있게 됐다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12일 “옛 바르샤바 조약기구 동맹국들이 나토에 가입하고, 미국이 동유럽에 미사일 방어기지를 설치하려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봤던 러시아로선 유혈충돌도 불가피한 것으로 봤을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올해 초 세르비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코소보 사태는 러시아의 심기를 더 불편하게 했다. 당시 푸틴 총리는 “이런 심각한 수준의 전례는 향후 국제관계의 틀을 산산조각 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 제국’의 부활은 서방과 비타협적인 푸틴 러시아 총리가 주도하고 있어, 강경 일변도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최근 푸틴은 언론에 등장할 때 소매를 둘둘 말아올려, 남오세티야 국경의 난민들과 같은편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2000년 집권하자마자, 체첸 공화국의 분리주의 반군에 맞선 러시아군을 격려하고자 카프카스로 달려갔을 만큼 옛 소련 영토에 대한 애착이 집요하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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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12일 휴전협상 중재를 위해 모스크바 크레믈을 방문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만나 의견을 나누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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