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8.22 18:30
수정 : 2008.08.22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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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스트 텔치크(62·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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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통일에 미국 지지 필수”
“헬무트 콜 총리가 독일 통일을 이루겠다고 결심했을 때, 부시 미국 대통령이나 고르바초프 옛소련 서기장, 미테랑 프랑스 총리 등 그 누구에게도 의견을 묻지 않았다. 통일은 우리의 결정이었다.”
콜 전 독일 총리의 핵심 참모로 통독의 산증인으로 평가받는 호르스트 텔치크(62·사진) 전 독일 국가안보수석은 22일 통독 과정에서 독일이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주도적으로 움직였음을 강조했다.
텔치크 전 수석은 이날 서울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지원이 아니었으면 독일 통일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면서도 “통독 과정에서 우리가 (미국한테) 묻지 않고 (우리가 하는 일을) 알려줬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독일이 어떤 일을 하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독-미 사이에 불신의 싹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1980년대 서독은 동독에 2천억 마르크의 자금을 지원하며 점진적으로 통일을 준비했다”며 “우리는 과거 분단됐을 때 동-서독 인적교류를 증가시키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이런 방침이 동독 주민의 삶을 개선시키는 게 아니라 그들의 (열악한) 삶의 조건을 오히려 지속시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며 “중요한 것은 동독 정권이 아니라 주민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일 통일 당시에도 2+4회담(동·서독 + 미·소·영·프)이 진행됐다”며 “남북 통일의 과정에서도 6자 회담이 핵심적인 구실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6자 회담은 남북한에 가장 중요한 주변국인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이 참여하는 회담”이라며 “이 네 나라는 남북통일에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이들의 도움과 협조 없이는 통일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반도 상황에 비춰봐도 미국은 6자 회담에서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고 남한은 미국의 지지가 있어야만 안보가 보장된다”며, 남북통일 과정에서도 통독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지지와 협조가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텔치크 전 수석은 ‘2+4 회담’을 통해 독일 통일의 외교적 환경을 조성하고 국제적 동의을 이끌어낸 숨가빴던 외교의 순간을 기록한 <329일>을 1991년에 펴낸 바 있다. 그는 내년 개교를 목표로 현재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한독공학대학원대학교(KGIT)의 초대 총장을 맡고 있으며 이 문제로 방한한 기회에 외교부를 찾아 유명환 장관과도 면담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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