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30일 오후 자살 폭탄공격과 총격전이 2시간 간격으로 잇따라 발생, 범인 3명이 숨지고 외국 관광객 등10여명이 부상했다. 폭탄테러는 지난 4월 7일이후 3주만에 다시 발생했으며 이집트에서 하루새 연쇄테러공격이 발생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이집트에서 여성이 테러공격에 직접가담한 것도 전례 없는 일이다. 관광국가인 이집트는 중동지역에서 비교적 치안이 안정된 국가로 자부해왔으나백주에 발생한 연쇄 테러공격으로 깊은 충격에 빠졌다. 사건 발생 수시간 후 생소한 이름의 두 단체가 서로 자신들의 책임을 주장하고나섰다. ◇ 자살폭탄 공격 = 이날 오후 3시 15분께 카이로 도심 이집트 국립 박물관 뒷편 광장의 버스 정류장 부근에서 강력한 폭발음이 들렸다. 경찰은 당초 범인이 정류장 부근 다리에서 도로쪽으로 폭탄 1개를 던졌다고 발표했으나, 목격자들은 범인이 다리에서 뛰어내린뒤 폭발음이 들렸다고 전했다.
내무부는 추후 성명을 통해 폭발로 숨진 남자는 이합 유스리 야신으로 확인됐으며 지난 7일 칸 알-칼릴리 시장 부근 폭탄테러 용의자 중 한명이라고 밝혔다. 성명은 범인이 경찰의 추격을 받자 다리에서 뛰어내려 자폭했다고 말했다. 폭발 현장에서 피에 젖은 범인의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은 폭발로 이스라엘인 부부와 이탈리아 및 러시아인 각각 1명 등 외국인 4명이 부상하고 이집트인도 3명이 부상했다고 발표했다. 폭발이 발생한 장소는 국립 박물관과 외국 관광객이 주로 투숙하는 람세스 힐튼호텔 사이로 항상 인파로 북적거리는 곳이다. 특히 국립 박물관은 투탕카문왕의 황금 마스크를 비롯해 수많은 파라오 시대 유물을 보관하고 있어 하루에도 수천명의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알-자지라 방송은 범인이 사용한 폭발물은 조악한 사제 폭탄인 것 같다고 전했다. ◇ 올드 카이로서 총격전 = 폭탄 공격 2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모스크와 무덤들이 밀집한 `올드 카이로' 지역 사이다 아이샤 모스크 부근에서 총격이 발생했다. 이곳은 무함마드 알리 모스크가 있는 시타델 인근 지역으로 카이로의 관광 명소 중 하나다. 경찰은 베일로 얼굴을 가린 2명의 여성이 모스크 부근의 관광버스를 향해 총격을 가했으나 빗나갔으며, 경비원들의 응사로 여성 1명이 현장에서 사살됐다고 밝혔다. 다른 한명은 체포를 피해 스스로 총을 쏴 숨졌다고 경찰은 밝혔다. 그러나 목격자들은 이들이 경찰관들과 총격전을 벌였으며 한명이 경찰 총에 맞아 숨졌다고 말했다. 내무부는 두 여성이 자폭 테러범 야신의 누이와 약혼녀라고 밝혔다. 이집트에서 여성이 테러에 직접 가담, 경찰과 총격전까지 벌인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어서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 테러 배후 = 사건 발생 수시간 뒤 생소한 이름의 두 단체가 자신들이 이날공격을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순교자 압둘라 아잠 여단'이라고 밝힌 단체는 이슬람 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지난해 10월 시나이 반도 폭탄공격 당시 순교자들의 희생을 갚고, 경찰의 무차별 연행조치에 대한 보복으로 이번 공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성명은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을 겨냥, "당신이 시나이 주민들에게 저지른 범죄를 가볍게 넘기지 않을 것"이라며 "당신을 제거할 시기가 왔다"고 경고했다. 이 단체명은 1989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과 함께활동하다 숨진 팔레스타인 무장대원의 이름을 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이와함께 `이집트 무자헤딘 그룹' 명의의 성명이 동일 사이트에 등장했다. 이단체 성명은 자신들이 이날 카이로에서 2건의 공격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성명은 또 시타델 부근에서 관광버스에 총격을 가한 것은 2명의 여성이 아니라"순교자 모하마드 압델라흐만"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의 성명은 신빙성이 입증되지 않고 있다. 카이로에서는 4월 7일에도 관광객이 주로 찾는 칸 알-칼릴리 전통시장 부근 골목에서 자폭테러가 벌어져 범인과 함께 프랑스인 2명과 미국인 1명이 숨졌다. 이집트 당국은 당시 테러공격이 소규모 이슬람 과격그룹의 소행이라고 밝히고,용의자 2명은 체포했으며 2명은 수배중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카이로=연합뉴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