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9.23 19:06
수정 : 2008.09.23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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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체코 프라하에 도착한 이보 즈다레크 파키스탄 주재 체코 대사의 관을 병사들이 운구하고 있다. 즈다레크 대사는 20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메리엇 호텔 자살폭탄 테러로 숨졌다. 프라하/EPA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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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병력증파 불구 아프간 상황 점점 악화
‘미군 국경 침범 작전’ 반발 여론도 거세져
‘테러와의 전쟁’의 최전선, 파키스탄이 점점 더 깊은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병력 증파에도 불구하고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상황이 계속 악화되면서 미국-파키스탄-아프간 삼각동맹의 위기는 깊어지고 있다.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새 대통령은 취임 뒤 처음으로 23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회담하면서 대테러전쟁 등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미국의 ‘월경작전’과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의 강화로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미국의 지원을 받는 자르다리 대통령은 ‘대테러전쟁’ 강화를 다짐하고 있지만, 파키스탄에서는 미국의 개입에 대한 반발이 강해지고 있다. 아프간 주둔 미군은 지난 7월 파키스탄과 국경지대에 대규모 병력을 집결시킨 뒤, 파키스탄 북서부를 근거로 세력을 키우는 탈레반을 소탕한다며 여러차례 국경 침범 공격을 감행해 파키스탄 내 분노 여론에 기름을 붓고 있다.
와지드 샴술 하산 영국 주재 파키스탄 대사는 23일 영국 <인디펜던트> 인터뷰에서, 국경을 침범해 파키스탄 지역을 공격하고 있는 미국 부시 행정부의 결정이 “무장세력이 아닌 민간인만 살해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며 “미국은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21일에는 북와지리스탄에서 파키스탄군이 국경을 넘어온 미군 헬기 2대에 발포하는 등 갈등의 골은 깊다.
탈레반 등 이슬람주의 세력은 파키스탄 전역에서 세력을 과시하고 있다.
53명이 숨지고, 250명 이상이 다친 지난 20일 이슬라마바드 메리엇 호텔에 대한 폭탄 공격은 자르다리 대통령을 겨냥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레만 말리크 파키스탄 내무장관은 20일 저녁 자르다리 대통령과 정부 고위관리들이 이 호텔에서 라마단 저녁식사(이프타르)를 할 예정이었지만, 막판에 대통령 관저로 옮겨 무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고 <시엔엔>(CNN) 등이 전했다. 메리엇 호텔 쪽은 이를 부인했다.
22일에는 아프간 접경지역인 파키스탄 북서변경주의 페샤와르에서는, 압둘 칼리크 파라히 아프간 총영사가 납치되고 운전기사가 현장에서 살해되는 사건도 있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파라히 총영사는 파키스탄 주재 대사로 내정된 상태였다. 아프간 남서부 파라주에서는 21일 탈레반 무장세력이 아프간군 시설 공사장에서 일하는 민간 건설 노동자 150여명을 납치했다.
미국과 나토는 탈레반-알카에다 소탕, 에너지 보급로 확보, 중국과 러시아 견제 등 다양한 포석을 가지고 이 지역에 계속 병력을 증파하고 있다. 미국이 내년초 아프간에 미군 8천명을 증파하기로 한 데 이어 프랑스 하원은 22일 아프간에 100여명을 증파하겠다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정책을 찬성 343, 반대 210표로 통과시켰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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