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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03 14:51 수정 : 2005.05.03 14:51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이라크 전쟁의 부당성에 대한 야당의 총공세에도 불구하고 노동당 출신 최초의 3기 연속 집권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선거일을 3일 앞두고 블레어 총리가 이라크 전쟁 8개월 전에 이미 미국과 함께이라크 침공에 합의했음을 시사하는 비밀회의록이 공개되고 이라크에서 영국군 병사가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지만 오히려 노동당 지지도는 상승세를 탔다. 더 타임스, ITV 여론조사에서 노동당 지지도는 42%로 회의록 폭로 전에 비해 1% 포인트 높아졌고 보수당 지지도는 29%로 오히려 1% 포인트 낮아졌다. 자유민주당은 21%로 큰 변화가 없었다.

파이낸셜타임스 여론조사에서도 노동당 39%, 보수당 29%, 자유민주당 22%의 지지율로 노동당이 과반에서 146석을 더 얻을 것으로 예측됐다.

◇대안이 없다 = 선거를 앞둔 영국민의 표심은 "블레어는 밉지만 대안이 없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블레어 총리를 신뢰한다는 영국민은 25%에 불과하지만 노동당 지지도는 내려가지 않는다.

노동당 지지도가 이처럼 요지부동인 것은 최장기 경제 호황이 지속되고있기 때문이다. 영국 경제는 13년째 성장을 계속했고 이 가운데 8년은 노동당 통치 하에서였다. 1997년 노동당 집권 이후 평균 경제성장률은 2.7%로 보수당 집권기보다 높았고 실업률은 4.7%로 29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경기가 좋으면 정권 교체가 어렵다는 상식이 현실로 입증되고 있는 셈이다.

◇노동당 얼마나 이길까 = 관심은 노동당이 몇 석 차이로 이길 것인가에 모이고있다.

블레어 총리는 97년 총선에서 좌파와 우파의 정책을 융합한 `제 3의 길'을 제시해 압도적인 승리를 일궈냈다. 노동자들의 정당에서 전국정당으로 변신에 성공한 것이다. 당시 노동당은 413석을 확보해 166석을 차지한 보수당을 247석 차이로 여유있게 따돌렸다. 2001년 총선에서도 노동당은 419석을 확보해 165석을 얻은 보수당을압도적으로 제압하고 재집권했다.

5일 실시되는 이번 총선에서도 노동당은 여전히 과반을 훨씬 넘는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라크 파병과 지나친 친미정책 등으로 의석 차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시사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노동당이 과반에서 100석을, 로이터 통신은 96석을 그리고 파이낸셜타임스는 146석을 더 얻을 것으로 예상했다.


◇막판 부동층이 변수 = 블레어 총리, 마이클 하워드 보수당수, 찰스 케네디 자유민주당수는 선거 막판 접전지역을 돌며 지지층 이탈방지에 총력을 기울였다.

보도에 따르면 유권자의 약 36%가 선거 당일 지지정당을 바꿀 수 있다는 반응이다. 2001년 총선 때의 21%에 비하면 엄청난 부동층이다. 이는 이라크 전쟁이 막판 선거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노동당에 대한 지지가 흔들리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가디언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선거 당일 투표 성향에 따라 선거 결과가뒤바뀔 수 있는 지역구는 108개다. 노동당 지지자 2.8%만 보수당으로 이동해도 선거결과가 크게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수당은 노동당의 의석이 과반 플러스 80석 이내로 줄어들면 2009년 또는 2010년께 실시될 차기 총선에서 정권 교체를 이룰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런던/연합뉴스)



<영국 5ㆍ5 총선> ② 노동당 첫 3기 연임 총리

3기 연속 집권이 유력시 되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최대 과제는 레임덕 해소와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블레어 총리는 1994년 노동당 당수가 됐다. 그는 좌파 이념을 바탕으로 우파의가치관을 긍정하는 `제3의 길'을 내세우며 노동당을 혁신해 97년 만년 야당이었던노동당을 18년만에 집권당으로 만드는 위업을 달성했다.

집권 초기 블레어의 개혁은 찬사를 받으며 순조롭게 진행됐다. 스코틀랜드와 웨일스에 광범위한 자치권을 부여했으며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과 공동으로 중앙은행인잉글랜드은행(BOE)에 금리결정권을 부여하는 등 정치ㆍ경제개혁을 과단성있게 단행했다.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만 분배를 강조했고 친기업적인경제정책을 지속해 세계 경제의 부진 속에서도 영국 경제만은 호황을 구가하는 이례적인 성과를 거뒀다. 이런 실용주의적 개혁은 2001년 재집권으로 이어졌다.

집권 2기 후반은 그러나 여론의 비판을 많이 받았다. 무상에 가까웠던 대학교육을 유료화하고 무상의료제도(NHS)에 반하는 민영병원 설립을 추진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집권 2기 최대의 논란거리는 단연 이라크 전쟁 참전이었다. 블레어 총리는 이라크 파병에 정치 생명을 거는 일대 도박을 단행했다. 국민적 반대 여론 속에 이라크 침공을 정당화하려고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위협을 과장했다. 위협 과장 의혹을 보도한 BBC 방송과 격돌해 BBC 이사장과 사장이 동반사퇴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지만 이후 폭로된 노동당 정부 내부 문건은 블레어 총리가 이라크침공을 정당화하려고 국민을 오도했음을 확인했다.

블레어 총리에 대한 신뢰도는 25%로 떨어졌다. 분석가들은 이로 인해 블레어 총리가 3기 연임에 성공해도 재임기간 내내 도덕성 시비에 휘말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집권과 동시에 레임덕에 빠질 것이란 지적이다.

이라크 전쟁의 부당성이 부각되면서 지지도가 급락하자 블레어 총리는 3기 임기 중반에 브라운에게 총리직을 이양할 것임을 시사했다. 하락세였던 노동당 지지도는곧바로 상승세로 반전했다.

블레어 총리가 3기 연임에 성공한 뒤 브라운 장관에게 총리직을 이양할 것인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두 사람이 공동으로 유세를 하고 있지만 블레어 총리의 언급은 "브라운 장관은 훌륭한 총리감"이라는 것에 불과하다.

향후 상황 전개에 따라 블레어 총리는 3기 임기를 모두 채우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당권투쟁이 본격화하고 레임덕 현상은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언론은 블레어 총리가 막판까지 권력유지를 시도하겠지만 3기 임기 2~3년이내에 지도력을 급격히 상실하면서 브라운에게 총리직을 이양할 것으로 내다보고있다.

블레어 총리의 최대 치적은 장기 경제 호황으로 꼽힌다. 8년째 계속되고 있는 3% 가까운 경제성장이 장기집권의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집권 3기에는 상황이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당 정권 아래 장기 호황은 소비 증가가 주도했다. 집권 이래 집값이 165%급등해 `부자 효과'가 나타나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었고 저금리 기조 및 공격적인재정정책으로 돈이 풀리면서 내수가 호조를 보였다. 이 과정에서 균형상태를 유지했던 재정은 2004년 GDP 대비 2.9% 적자로 전환했다. 저금리 현상 속에 소비붐이 지속되면서 1997년 9.4%였던 저축률은 2000년 5.0%로 떨어졌다.

집권 3기에는 장기 호황에 가려졌던 이런 문제점들이 한꺼번에 표출하면서 급격한 경기침체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고유가, 집값 하락, 긴축재정 등으로 급격히침체될 가능성이 있는 경기를 어떻게 연착륙시킬 것인지가 중대 과제로 부상할 전망이다. (런던/연합뉴스)



<영국 5ㆍ5 총선> ③ 위기의 보수당 어디로 가나

윈스턴 처칠, 마거릿 대처 등 영국을 대표하는위대한 총리를 배출하며 20세기 영국 현대사를 주도해 왔던 보수당은 5일 총선 패배로 창당 이래 최대의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97년 총선에서 혜성과 같이 나타난 40대의 젊은 정치인 토니 블레어에게 뜻밖의 참패를 당한 이래 보수당은 아직도 정권상실의 충격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존 메이저 총리 후임으로 당권을 잡은 윌리엄 헤이그 당수는 유권자의 30%에 달하는 고정표를 바탕으로 젊은 지지층을 흡수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개인적인 지지도에서도 정책 대결에서도 블레어 총리를 넘어서지 못했다.

전통적인 보수당 정책을 대거 흡수한 실용주의를 내세우며 젊고 참신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인기몰이를 하는 블레어 총리를 상대하기에는 보수당이 너무 노쇠해있었다.

당내 내분도 문제가 됐다. 당권 투쟁에 골몰한 나머지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있는 인물을 육성하는데 실패했다. 카리스마를 갖춘 강력한 지도자 부재 속에 흘러간 인물이 당내 여론을 주도했고 이는 국민 정서와 보수당이 유리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2001년 또다시 노동당에 압도적인 패배를 당하면서 헤이그 당수가 물러나고 직업 군인 출신의 이언 던컨 스미스 당수 체제가 들어섰다. 던컨 스미스 당수는 기대와는 달리 현상유지에 주력하는 우유부단한 행보로 당원들의 반발을 사 2003년 투표로 당권을 상실하는 수모를 당했다.

보수당은 던컨 스미스 당수의 후임으로 대처 정부에서 내무장관으로 인기를 모았던 마이클 하워드 의원을 선택했다. 2003년 취임 이래 하워드 당수는 △작은 정부 △이민규제 강화 △대규모 감세△범죄척결 등 전통적인 우파 정책을 당론으로 내세우며 일시적으로 인기를 만회하는 듯 했으나 곧 한계를 드러냈다.

하워드 당수의 감세정책은 규모가 작아 노동당과 차별화에 실패했다. 대학등록금 문제, 이민정책 등에 있어서는 블레어 총리가 보수당보다 더 보수적인 정책을 내세움에 따라 보수당이 오히려 정체성을 위협받는 상황이 됐다.

유럽 통합에 대해서도 애매모호한 태도로 일관해 유럽연합(EU) 탈퇴를 공약으로내세운 극우 정당 영국독립당(UKIP)에 주도권을 빼앗겼다.

하워드 당수는 이에 따라 총선이 끝나면 즉각 당수직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되고있다. 보수당은 이후 전열을 재정비해 2009년 또는 2010년 실시될 차기 총선에서 정권교체를 시도할 전망이지만 성공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97년 31.5%의 2001년 32.7% 등 30~33% 선을 맴돌고 있는 지지율을 40% 선으로 올릴 수 있느냐가 재집권의 관건이지만 젊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런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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