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줄서기 외교’ 낭패 일, 공사수주 등 실의챙기기로 태도바꿔
특혜 제안 거부·독도문제 불거져도 무시
프랑스 “국익 극대화 기본도 못하는 외교” 일본이 6개국 합동 프로젝트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의 일본 내 유치를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일본만을 편들어 온 한국이 낭패를 보게 될 처지에 놓였다. 프랑스 남부 카다라슈와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여 온 일본은 아오모리현 로카쇼무라에 대한 유치 노력을 단념하고, 공사 수주나 연구소 유치 등의 실리를 취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중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전한다. 이 프로젝트는 실험로 건설 장소를 둘러싸고 일본-미국-한국, 유럽연합-러시아-중국의 두 편으로 나뉘어 있는데, 한국 정부는 일찌감치 유럽쪽의 협력 제안을 거부함으로써 ‘과학 외교’의 실익도 챙기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 일본의 유치 포기=일본 정부의 태도 변화는 3일 〈요미우리신문〉의 보도 등으로 공론화됐지만, 일본의 유치 포기는 예견됐던 일이다. 입지조건의 열세 뿐 아니라, 부처간 의견 조정도 안돼 프랑스에 비해 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반면 유럽연합은 6월말까지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일본과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일본을 배제하고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는 초강경 자세로 일본을 압박해 왔다. 프랑스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3일 프랑스 텔레비전에 출연해 “일본과의 협상이 끝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유키 아키오 문부과학성 차관은 일본의 포기 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유럽연합 과학·연구 담당 집행위원실은 4일 “일본으로부터 유치 포기에 대한 공식적인 암시를 받은 적은 없다”면서도 “유치국의 역할과 비유치국의 역할을 명확히 하기 위한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혀 막바지 협상이 진행중임을 시사했다. ◇ 실리도 못챙긴 한국의 줄서기=부지 선정과 관련해 한국은 ‘닫힌 외교’의 전형을 보여줬다. 2003년 7월 유럽연합의 추천을 받아 국제컨소시엄에 가입한 뒤, 노무현 대통령은 고이즈미 총리의 지지 요청 친서를 받고 그해 12월 실험로 관련 첫 장관급 회의에 앞서 북핵 문제에 대한 협조를 조건으로 일본 지지 입장의 답신을 보냈다. 기술 이전에 인색한 일본을 고집하며, 스스로 운신의 폭을 없애버린 셈이다. 프랑스는 대통령 특사 등을 수차례 파견해 한국쪽에 유리한 협력조건을 제시했지만 거부됐다. 프랑스는 한국 지원으로 실험로 유치에 성공하면 조달에 대한 특혜 뿐 아니라, 카다라슈에서 운용해 온 중형 토카막을 해체해 한국에 이전하고 운용기술 인력을 지원하겠다고까지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쪽은 한국 쪽의 태도에 대해 “국익의 극대화라는 기본을 저버린 외교”라고 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기술부 김영식 기초연구국장은 “지리적 근접성 등으로 인한 물품조달과 협력의 용이성 때문에 일본을 지지했던 것”이라며 “이달 말께 프랑스쪽으로 결정이 나더라도 한국이 부담키로 한 10% 투자분에 대한 현물 투자 등의 협상을 통해 국익의 손해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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