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5.09 17:59
수정 : 2005.05.09 17:59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3일까지 대만의 제1 야당인 국민당 롄잔 주석이 대륙을 방문한 데에 이어 쑹추위 대만 친민당 주석이 지난 5일 대륙으로 날아왔습니다. 관심있게 지켜보셨으리라 믿습니다. 쑹 주석은 12일 후진타오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 주석과 만난 뒤 13일 타이베이로 돌아갑니다. 후 주석은 롄 주석과 만났을 때 여러 가지 선물을 듬뿍 안겨줬습니다. 대만의 농산품을 대륙에 내다 파는 문제도 해결해줬고, 대만과 장기적으로 ‘공동시장’을 형성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답을 줬습니다. 롄 주석과 앞다퉈 대륙을 찾은 쑹 주석에게도 후 주석은 적잖은 선물을 안겨줄 것으로 베이징 외교가는 내다보고 있습니다.
후 주석의 이런 ‘선물 공세’는 장쩌민 전 주석 퇴진 이후 전권을 장악한 그가 자신있게 선뵌 새 대만정책입니다. 장 전 주석의 대만정책이 미사일 발사와 독립파에 대한 무력통일 위협 등 강경책으로 일관한 ‘강풍정책’이었다면, 이건 후진타오 식 ‘햇볕정책’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나의 중국’을 유지하고 평화통일을 실현하는 데는 강풍정책보다 햇볕정책이 훨씬 더 효과가 클 것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장 전 주석이 “대만과 언젠가는 전쟁 한번 치러야 한다”며 무력통일의 의지를 과시할수록 대만 독립파에 대한 대만인의 지지도는 높아갔습니다. 국제사회 무대에서 대만을 몰아내고 세계보건기구(WHO) 등 인민의 복지와 관련한 활동조차 차단하는 건 대만을 구석으로 몰아 대만의 독립운동을 도와주는 행위였습니다. 대륙이 대만과 경제·무역관계를 강화해 ‘중화 경제권’ 안에 묶어놓는다면, 대만은 이 무시할 수 없는 실익으로 인해 ‘중화권’ 밖으로 뛰어나가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이 후 주석이 새로 내놓은 ‘햇볕정책’의 요점입니다. 그의 햇볕정책은 그러나 아직 시작입니다. 양안(대륙-대만) 관계를 실질적으로 개선하려면 대만의 야당과 ‘통일전선전술’ 차원에서 접촉하는 것만으론 부족하고 당국자인 천수이볜 총통과 담판을 짓지 않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대만해협을 바삐 오가는 발길들을 보며 한국인이라면 누구라도 남북의 정치 지도자들을 떠올렸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미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지혜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김 국방위원장의 답방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북핵문제의 해결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지금, 그 돌파구를 김 국방위원장의 서울 방문에서 찾으면 어떻겠습니까? ‘폭정의 전초기지’라는 막말을 들으면서 협상 테이블에 나올 생각은 나지 않겠지요. 그렇다면 그 돌파구를 남북 정상회담에서 찾자는 겁니다. 남북 당국자들은 북핵이라는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의지와 지혜를 지닌 유일한 주체입니다. 그 문제가 아니더라도 남북의 최고 지도자가 다른 나라 지도자보다 서로 더 자주 만나지 못한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서울 방문에서 모든 게 해결되진 않겠지만, 남북 정상이 최소한 1년에 한번씩 정기 교환방문을 제도화한다면 훨씬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남북관계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겁니다. 한반도의 좋은 봄소식을 기대합니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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