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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09 18:31 수정 : 2005.05.09 18:31

9일 오전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2차대전 승전 60돌’ 기념식에서 러시아 군인들이 대규모 행진을 벌이고 있다. 모스크바/신화 연합 \


러시아 승전 60돌 기념행사

푸틴 “화해의 정치 확산돼야”
부시 ‘러 민주주의’ 설전 2라운드
러시아 올해안 WTO가입 의견접근

전세계 53개국 지도자들은 9일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 모여 60년 전 유럽에서의 반파시즘 투쟁의 승리를 되새겼다. 유럽 각 나라들에서도 종전 60돌을 기념하는 행사들이 일제히 펼쳐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러시아는 (2차대전) 승리를 내 것과 남의 것으로 나눈 적이 없으며 동맹국들의 도움을 기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과거 대결의 쓰라린 경험을 극복하고 국가간 대화와 협동의 새로운 길을 찾았다”며 “러시아와 독일의 역사적인 화해는 전후 유럽에서 이룩한 가장 가치 있는 업적이며 화해의 정치는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념식은 푸틴 대통령의 기념사가 끝난 뒤 축포와 함께 러시아 육·해·공군 7000명과 참전 용사 2600여명 등 1만여명이 붉은광장을 가로지르는 군사 행진으로 절정을 이뤘다. 행진 도중 연단의 각국 정상들은 일어나 손을 흔들며 박수를 보냈고, 푸틴 대통령은 감격에 겨워 눈시울이 불거지기도 했다.

중앙 연단에는 푸틴 대통령을 정점으로 왼쪽에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오른쪽에는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가 각각 자리잡았다.

◇ 미-러 정상회담=옛소련의 동유럽 지배 등을 놓고 설전을 주고받았던 부시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행사 전날인 8일 저녁 모스크바 근처 푸틴 대통령의 별장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1시간 가량 의견을 나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회담 뒤 “두 정상은 이란, 북한, 아프가니스탄 문제를 포함해 중동평화, 테러 억제, 민주주의 확산 등 다양한 주제들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올해 말까지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무리 없이 진행한다는 데에도 의견을 같이했다.

가시돋친 설전도 이어졌다. 부시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의 권위주의적 정부가 민주주의 성장을 억압하고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미국 <시비에스방송> 인터뷰에서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뽑는 러시아 선거제도가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뽑는) 미국 제도보다 더 민주적”이라며 “이라크 전쟁은 미국의 심각한 실수이며, 이라크가 안정을 찾기 전에 미군이 철군하는 것은 미국의 두번째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맞받았다. 푸틴 대통령은 10일 유럽연합과도 회담을 열어 경제협력, 자유·정의, 안보, 교육·연구 등 4개 분야에서 전략적 협정을 맺을 예정이라고 <아에프페통신>이 보도했다.


◇ 유럽 곳곳 기념행사=유럽 각 나라들은 하루 앞선 8일 종전 60돌 행사를 치렀다. 연합국은 원래 1945년 5월9일을 승전일로 삼았지만, 당시 언론들이 독일의 항복을 미리 보도해 5월8일이 승전일이 됐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시민 5천여명이 당시 히틀러가 사용했던 벙커에서 수백미터 떨어진 브란덴부르크문 앞에 모여 종전 기념행사를 열었다. 같은 시각 베를린 동부에서는 극우 신나치주의자 3천여명이 시위를 벌여, 경찰이 양쪽의 충돌을 막기 위해 경계를 서기도 했다.

프랑스에서는 파리 개선문에서, 오스트리아에선 나치 수용소로 쓰였던 마우타우젠 수용소에서 기념식이 열렸다.

한편 나치 독일을 물리친 승전 기념행사에 참석한 세계 정상들은 옛소련의 과거사도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이웃 나라와의 관계에서 러시아의 과거와 현재도 비판의 대상이었다”고 전했다. 8일 행사 참석차 모스크바에 도착한 알렉산데르 크바시니에프스키 폴란드 대통령은 “러시아인의 자긍심을 이해하지만, 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폴란드를 분할하고 발트해 3국을 소련에 병합한다는 내용의 몰로토프-리벤트로프 조약을 맺은) 1939년 9월에는 독일뿐만 아니라 스탈린의 소련도 폴란드 침략자였다”고 말했다.

윤진 기자, 외신종합 mind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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