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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계층간 격차 더욱 확대 |
전반적인 소득 수준의 향상과 경제 구조의 변화로 겉보기에는 미국의 계층간 구분이 모호해지는 것 같지만 그 이면에서는 계층별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고 계층간 이동 가능성도 과거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퇴보하고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15일 보도했다.
타임스는 미국의 계층 문제를 다룬 기획 연재물의 첫 기사에 무려 4개 면을 할애해 계층간 격차의 심화 실태와 그 원인 등을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타임스에 따르면 과거에는 한 사람이 어떤 집을 소유하고 어떤 정치적 성향을지녔으며 어떤 종교를 믿는지를 보면 그 사람이 속한 계층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계층을 구분하는 척도는 쉽게 드러났다. 그러나 지금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수십년 전에는 최고의 부유층이라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소비생활을 누리고 있기 때문에 우선소비행태를 봐서는 계층을 구분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세계화와 정부의 관련 산업 규제 철폐로 카메라폰이나 장거리 전화,비행기 여행 등은 이제 더이상 사치품이 아니다. 또 은행의 신용평가 기법이 발달하면서 저소득층도 융자를 받을 기회가 넓어져 주택이나 자동차를 구입하기가 훨씬 용이해졌다. 따라서 집이나 자동차의 소유 여부로 한 사람의 신분을 가늠하기가 어렵게 됐다.
전반적 경제 성장에 따른 이와 같은 소비생활의 개선을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사회적 계층이 상향된 결과로 받아들이고 있다. 뉴욕 타임스 설문조사에서 1천764명의 조사 대상자들 가운데 자신의 사회계층이 어렸을 때에 비해 상승했다고 밝힌 응답자가 45%, 변함이 없다는 응답자가 38%를 각각 차지했고 사회계층이 낮아졌다고믿는 응답자는 16%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일반적인 믿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처럼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계층간 격차는 더욱 확대되고 있고 계층의 차이는 생활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치고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밝혔다. 세계화와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인해 제조업 공장들이 대거 문을 닫으면서 저학력자들이 취업해 중산층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는봉쇄된 반면 극소수의 부유층들의 소득은 기하급수적으로 증대됐다.
의회예산처(CBO) 자료를 보면 1979년에서 2001년 사이에 소득기준 상위 1%에 드는 가구의 소득은 139%나 늘어났으나 5등분했을 때 중간에 해당하는 계층의 소득은같은 기간 17% 증가하는 데 그쳤고 하위 20%의 소득 증가율은 9%에 지나지 않았다.
지난 30년간 근로자 대부분의 시간당 실질소득이 증가한 때는 `반짝 버블 경기'의혜택을 본 90년대의 몇년간에 불과했다.
계층간의 격차 확대는 각 계층에 속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크게 바꿔 놓았다. 우선 부자들이 자신의 신분을 대물림해주기 위해 자식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는데 주력하면서 명문대학 학생들의 상위층 자제 비율은 과거보다 줄어들기는 커녕늘어나고 있다.
미국인들의 전반적인 건강상태는 좋아지고 수명도 연장되고 있지만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들보다는 평균적으로 훨씬 더 건강하게 오래 산다. 지난 30년간의 센서스자료를 보면 부자들은 점점 더 가난한 사람들과 떨어져 자신들만의 주거지를 구축해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은 가족 형태도 다르고 이것이 부와 가난을 다음 세대에대물림하는 요인이 된다. 대학을 졸업한 여성은 대개 정식으로 결혼해 30세 또는 그이후에 적은 수의 아이를 낳지만 대학을 가보지 못한 여성은 평균 22세에 첫 아이를갖는다. 가뜩이나 여건이 유리한 대졸자들이 직장생활을 통해 좀더 경제적 안정을확보한 다음에 자식을 갖다보니 그나마 어려운 상황에서 일찍, 많은 아이를 갖게 된저학력자들에 비해 자식을 잘 교육시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와 같은 이유들이 겹쳐 미국 사회의 이동성은 과거 수십년간 정체 또는 퇴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북유럽 국가는 물론 계급제 사회였던 영국이나 프랑스보다도 못한 수준이라고 뉴욕 타임스는 지적했다. 보스턴연방준비은행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미국의 가구를 소득 기준으로 5등분했을 때한 계층에서 다른 계층으로의 이동은 점점 더 적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시카고연방준비은행과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의 조사에서도 형제의 소득이 비슷한 수준을 나타낼 확률은 1960년대에 이르러 1940년대보다 더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미시간대의 개리 솔론 교수는 "가난한 가정도 성공할 기회가 봉쇄된 것은 아니지만 `가난한 집안의 자식도 부잣집 아이들과 똑같은 기회가 있으니 걱정할 필요가없다'는 말은 진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뉴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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