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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룰라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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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경제 지표상 괄목상대
미국식 시장주의 일부 수용
실업률·국민절반 빈곤 허덕
역내 주도권 갈등 과제 못풀어 중남미는 전세계 동광의 40%, 철광·주석·보크사이트의 25%, 아연·알루미늄의 20%를 생산하고, 중동지역에 이어 2번째로 석유 매장량이 많다. 전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의 경제 규모에 걸맞는 자원 교역국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개도국간 ‘남남협력’과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응하는 ‘다극주의’라는 공감대가 두 거인의 밀월을 상당기간 이어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990002%%
◇ 역내 주도권 갈등도=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남미 좌파 정권은 ‘민영화, 고금리, 개방, 긴축’ 등으로 대표되는 미국식 시장주의 논리를 일정 부분 수용했다. 브라질은 외환위기 때 우리나라도 경험했던 국제통화기금의 이른바 ‘개혁프로그램’을 그대로 수용하고, 성장전략도 투자 유치와 수출을 통한 ‘선성장-후분배’를 기조로 삼고 있다. 때문에 실업과 빈곤해소 등 룰라 대통령의 애초 공약들이 흐지부지되자, “왼쪽 깜박이를 켜고 오른쪽으로 간다”는 빈곤층과 농민 등의 반발에 부닥치고 있다. 에콰도르에선 빈곤해소를 내걸고 당선된 좌파 대통령이 집권 이후 초긴축 정책으로 선회하자 지난 4월 의회가 나서서 대통령을 자리에서 끌어내렸다. 친미 기업가 출신 대통령을 민중봉기로 내몬 볼리비아는 ‘에너지 국유화’를 둘러싸고 정부와 의회, 노조 등이 1년 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역내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도 쉽지 않은 문제다. 명실상부한 지역 맹주 자리를 굳히려는 브라질에 아르헨티나와 베레수엘라 등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은 올해 중남미의 경제성장률을 지난해보다 낮은 4.1%로 예상하면서 “원자재 중심의 교역 구조와 여전히 높은 미국 의존도는 중남미 경제가 쉽게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진단했다. 권기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두자리 수 실업률과 국민의 절반 이상이 빈곤층으로 사는 체감 경제의 현실이 개선되지 않으면 ‘미국식 시장주의’에 대한 분노는 곧 ‘좌파의 무능력’으로 옮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와 내년 10개 중남미 나라에서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서, 좌파의 도미노가 이어질지 아니면 역풍이 불지는 ‘먹고사는 문제’에 달렸다는 것이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미 “중남미 15년뒤 분열·분할” 국가정보위원회 보고서
좌파 부정적결과 경고도 %%990003%%‘세계화가 라틴아메리카를 분열로 이끌 것인가?’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가 지난해 말 펴낸 보고서에서 나오는 중남미 항목의 소제목이다. ‘미래를 그린다’는 주제의 이 방대한 보고서는 1년 동안 전세계 민간 전문가 1000여명을 직접 면담조사해 2020년 지구촌의 미래를 전망한 것이다. 보고서가 예상한 중남미의 2020년은 ‘남미와 중미, 친미와 반미간의 분열’로 요악된다. 보고서는 “중남미는 투자, 무역 등 경제적 측면에서 분열과 분할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라질·칠레 등 남미는 아시아와 유럽의 새 파트너를 찾아나설 것이며, 멕시코를 포함한 중미와 페루 등 남미 북서부의 안데안 지역 일부는 미국과 캐나다에 계속 의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가 전망하는 ‘분열’의 결과는 매우 우울하다. 반미와 좌파노선의 ‘부정적 대가’를 경고하는 미국적 시각도 짙게 깔려 있다. 보고서는 “세계경제의 성장과 지구화 효과가 (중남미에서는) 균질하지 않은 파편화한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면서, 중남미 정권의 비효율성이 지구화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가로막아 결과적으로 빈부격차를 더 키울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중남미 전문가들은 ‘카리스마를 갖춘 자존심 강한 대중적 지도자’들이 빈부격차가 심한 중미와 안데안 지역에서 증가할 ‘위험’이 높고, 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정권유지를 위해) 독재와 반미의 유혹에 빠지기 쉬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회승 기자
남미 새 경제지도 브라질이 그린다 1990년대초부터 남미통합 주도
자유무역지대 이어 정치통합 나서
단일대오 꾸리기 미 ‘태클’ 변수 %%990004%% 새로운 남미 경제 지도 그리기에 속도가 붙고 있다. 중남미 독립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시몬 볼리바르의 오랜 꿈이 현실화하고 있다. 새로운 지도 제작의 책임자는 브라질이다. 미국의 막강한 정치경제적 영향력 때문에 ‘미국의 뒷마당’으로 불려온 중남미에서 늘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왔던 브라질은 1990년대 초부터 남미 통합을 주도해왔다. 첫 시도는 세계 3대 경제통합체인 남미공동시장(MERCOSUR) 결성이었다. 남미공동시장의 성공에 자신감을 얻은 브라질은 남미 대륙을 하나로 묶는 새로운 과제에 도전했다. 2004년 10월 남미 10개국이 결성한 남미자유무역지대(SAFTA)가 그 성과다. 나아가 남미 12개국으로 구성된, 유럽연합(EU)을 본뜬 정치통합체 남미국가공동체(CSN) 결성을 주도하고 있다. 브라질은 미국 코앞의 중미와 카리브해 국가들에도 남미자유무역지대 가입을 제안해 합의를 이끌어 냈다. 명실공히 라틴아메리카 전체를 하나의 경제통합체로 묶겠다는 것이다. 브라질이 남미 통합에 공을 들이는 것은 역내 시장 규모를 늘려 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해서다. 그러나 더 큰 꿈은 남미권의 정치경제적 결속력을 강화해 자유무역협상에서 미국·유럽 등 거대 경제권에 맞선 대등한 협상력을 갖겠다는 것이다. 물론, 남미통합의 전도가 밝지만은 않다. 여전히 일부 회원국들이 통합에 별 관심이 없고, 회원국 사이에서도 잦은 통상 분쟁이 벌어진다. 무엇보다 뒷마당을 잃을지도 모를 미국이 공격적으로 개별 국가들을 포섭하려할 때 얼마나 단일대오를 형성할지 미지수다. 권기수/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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