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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도 ‘빨간불’…도미노 우려
터키·루마니아등 가입협상 불투명
법안등 내부 재검토 최우선 과제로 이달 초 동유럽을 포함한 25개 회원국 확대 1주년의 축배를 들었던 유럽연합(EU)은 반세기에 걸친 유럽연합 통합사에서 최대의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유럽연합 헌법이 효력을 발생하기 위해선 25개국의 비준을 거쳐야 한다. 이런 점에서 프랑스 국민투표는 지난한 협상 과정을 통해 어렵사리 마련된 유럽연합 헌법을 사문화한 셈이다.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지만 주축국인 프랑스의 유럽헌법 거부 사태에 유럽연합 지도자들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유럽연합 집행위와 주요국들은 일단 비준과정을 계속해 나갈 것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6월1일 국민투표가 예정된 네덜란드 역시 반대 쪽 여론이 20%포인트 앞서고 있어 부결 사태는 걷잡기 어려운 파장을 몰고올 가능성이 크다. 프랑스와 네덜란드는 유럽연합의 모태가 된 유럽 석탄철강공동체(ESCS, 1951년)부터 참여한 유럽통합의 핵심 6개국에 속한다. 이런 점에서 이번 사태는 유럽 통합에 회의적인 영국·덴마크 등의 거부 사태와는 차원이 다르다. 다음달 16~17일로 예정된 유럽연합 정상회의는 두 나라의 거부 이후 헌법안 구제 방안과 각국 비준작업 계속 여부 등 대책 마련을 위해 ‘솔로몬의 지혜’를 모색해야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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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덴마크와 96년 아일랜드가 각각 유럽연합 조약인 마스트리히트조약과 회원국 확대 등에 관한 니스조약을 국민투표에서 거부했던 것처럼, 프랑스가 두번째 국민투표 기회를 갖게 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비비시>는 각국 정상들의 합의로 논란이 있는 일부 조항을 수정하고 민감한 내용을 삭제해 각국의 비준을 용이하게 하는 방안 등이 검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에서는 프랑스 사태를 계기로 다시금 유럽연합 핵심국들의 통합 강화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고 예상한다. 그러나 과거 통합에 회의적인 움직임에 대해 독일과 프랑스가 ‘협박카드’로 사용하던 이 방안이 이번 위기 국면에선 정치적 동력을 얻기 어렵다. 유럽연합의 좀더 많은 회원국 국민들이 이해하고 공감하기 쉬운 유럽 통합의 새로운 그림을 그려야 하지만, 현재로선 그 개괄적인 모습도 보이지 않고 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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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신자유주의 ‘민심악재’
총이 경질 등 정계개편 대두 29일 프랑스에서 유럽연합 헌법이 부결됨에 따라 유럽에서의 프랑스 위상이 도전을 받게 됐다. ‘프랑스의 추락’으로 일컬어질 만한 이 사태는 경제와 실업률 상승 등에 대한 자크 시라크 대통령 정부에 대한 심판과 통합 이후의 주권 약화 등에 대한 우려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밤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극좌진영을 비롯한 반대파 수천명은 파리시내 바스티유 광장 등에 모여들어 밤늦게까지 북을 치거나 경적을 울리면서 자축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집권 대중운동연합(UMP)의 지도자들과, 역시 당론으로 찬성을 결정한 사회당은 침통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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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 헌법이 부결된 주된 이유는 미국과 영국 등이 세계화라는 이름 아래 주도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 이른바 ‘앵글로색슨’식 흐름에 대한 거부감에서 비롯된다. 실업률이 10%에 이르고, 경기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전통적인 서유럽식 복지모델이 위기에 처한 데 대한 반발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반정부 시위는 이런 상실감의 표시다. 예컨대 유럽이 명실상부한 정치·경제 공동체가 될 경우, 극단적인 자유시장 원리가 횡행함으로써 프랑스의 전통적인 사회보장 모델이 망가지는 것은 물론, 값싼 국외 노동력이 밀려들면서 정작 자신들의 일자리마저 위태로워질 것이라는 우려다. 프랑스인들은 최근의 주35시간 노동제 폐지를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우파들 처지에서는 이런 일련의 움직임들이 프랑스 주권을 내놓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10월에 협상을 시작하는 터키의 유럽연합 가입이 빚을 실업사태 등에 대한 불안 등도 한 요인으로 거론된다. 투표 뒤 여론조사를 보면, 대부분의 반대자들은 중도좌파였으며, 이들 중 75%는 자신이 노동자라고 밝혔다. 이번 헌법 반대 운동은 뚜렷한 지도자가 없는 풀뿌리 운동이었다고 <비비시방송> 인터넷판이 지적했다. 사회당에서는 로랑 파비위스 부대표를 비롯한 많은 저명 의원들이 당 지도부에 저항해 반대운동에 동참했고, 공산당, 일부 녹색당원, 노조원들, 반세계화운동 진영 등이 좌파진영에서 참가했다. 또 우파진영에서는 극우 민족주의자인 장 마리 르펜의 국민전선을 비롯해 대중운동연합에서도 많은 반란이 나왔다. 충격적인 결과로 인해 프랑스 정계 개편에 대한 논란도 커질 전망이다. 시라크 대통령은 사임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그에 대한 정치적 압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장 피에르 라파랭 총리의 경질은 기정사실화하는 양상이다. 이미 대중운동연합 대표로 시라크 대통령에게 도전장을 내민 니콜라 사르코지의 도전이 심화되면서 2007년 대권을 둘러싼 당내 유력 인사들의 대권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찬반 진영으로 분열된 사회당도 심한 후유증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족주의 성향의 극우·극좌 정당 등의 정치적 입지는 당분간 강화될 것같다. 김학준 기자, 외신종합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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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국 표정
투표 앞둔 나라 “불똥 막아라”
비준 마친 나라 애써 “괜찮아” 프랑스의 유럽연합 헌법에 대한 국민투표가 부결됐다는 소식에, 국민투표를 앞둔 나라는 자국에 미칠 영향을 경계하면서 촉각을 곤두세웠고, 헌법 비준을 마친 나라는 실망감을 드러내면서도 유럽 통합에 대한 비관적인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노력했다. 6월1일 국민투표를 앞두고 있는 얀 페테르 발케넨데 네덜란드 총리는 “네덜란드에선 국민투표가 통과돼야 할 더 많은 이유가 있다”며 “네덜란드는 헌법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으며, 이는 유럽과 우리나라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밝혀 헌법 채택에 대한 회의론을 차단했다. 오는 9월 국민투표를 치르는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는 “프랑스의 결과는 유감이지만, 모든 회원국은 자국민의 의견을 경청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며 애써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내년 초에 국민투표를 계획 중인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은 “이것은 유럽의 미래와 관련해 우리 모두에게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며 “우리가 지금 필요한 것은 반성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반면, 유럽연합 헌법 채택에 반대하는 영국 보수당은 “프랑스 국민들이 나머지 유럽 국민을 위해 좋은 일을 한 것 같다”며 “이번 결과는 유럽의 지배계층과 시민들 사이에 큰 틈새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논평했다. 이달 비준 절차를 마친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는 “프랑스의 결과는 좋은 소식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재앙도 아니다”라고 말했으며, 역시 이달 비준 절차를 마무리한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프랑스 결과는 유럽 헌법 절차에 큰 타격에 됐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다”라며 유럽 통합 위기설을 차단하려 애썼다. 유럽연합 가입을 추진 중인 터키는 프랑스 결과가 오는 10월에 시작할 예정인 자국의 가입 협상에 영향을 주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 신규 가입한 동유럽 나라들은 이번 사태로 이들이 누려온 혜택이 끝날 것으로 우려하면서 유럽 통합이 ‘물건너 간 것’으로 평가했다. 강김아리 기자, 외신종합 ari@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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