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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푸강을 따라 펼쳐진 푸동 경제특구의 루자쭈이 금융·무역지대 모습. 상하이/류우종 <한겨레21>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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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폐업하는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늘고 있어요. 우리도 한 달 내내 한 건도 성사시키질 못했어요! ….” 상하이에서 15년 넘게 중개업을 해 온 한 중국인 업자는, 중국의 부동산 가격 안정대책 시행일을 하루 앞둔 31일 이렇게 하소연했다. 올해 들어 두 차례에 걸쳐 부동산 과열 방지 대책이 나온 이후 상하이를 중심으로 부동산값 거품이 급격히 꺼지고 있다. 이런 양상은 중국 경제의 끌차 노릇을 하는 ‘창장 삼각주’(상하이와 인근 저장성, 장쑤성)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그동안 상하이 중심지는 연평균 30% 이상의 상승세를 보여 왔다. 이는 지난해 중국 전체 부동산값 평균상승률 14.4%의 갑절을 웃도는 것이다. 따라서 상하이는 중앙정부의 부동산 투기대책의 표적이다. 당국이 공개한 부동산 시세(5월13일 이후 2주간)를 보면, 이 기간에 새 아파트값은 지난 4월에 비해 30% 이상 하락했다. 도심에서 멀어질수록 하락 폭이 커, 교외 지역은 40%를 넘어선다. 거래도 위축됐다. 지난 3월 하루 평균 604건에서 최근(5월 하순)에는 232건으로 뚝 떨어졌다. 이에 따라 네덜란드 계열 중개업체가 철수하는 등 대형 부동산 투자자금이 상하이를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6일 양도소득세 부과를 뼈대로 한 투기대책의 세부지침까지 발표되자 상하이 부동산 중개업계에서는 “앞으로 적어도 40%는 더 떨어질 것”이라는 추측까지 나돌고 있다. 부동산 개발업자인 펑웨이 황다오부동산 경리는 “지난 3월 중앙은행의 부동산 대출 이자율 조정과 지난 11일 부동산 과열방지 종합대책 발표 이후 살던 집의 거래가 눈에 띄게 줄었다”며 “‘공황 심리’로 하락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고급 아파트 사재기 가격거품 꺼져 한숨
아파트값 뚝, 중개업소 잇단 폐업
대박 쫓는 한국인 “그래도 혹시” 발길
투기대책의 가장 큰 표적은 고급아파트다. 따라서 서민형 아파트에 비해 하락 폭도 훨씬 크다. 이에 따라 고급 아파트 거래의 ‘큰손’으로 알려진 한국인 투자자들이 큰 낭패를 볼 처지가 됐다. 중국에서 자영업을 하는 오아무개씨는 “한국에서 억척같이 벌어 모은 돈과, 이곳에서 식당을 운영해 번 돈을 모두 부동산에 투자했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또다른 재중동포 김아무개씨는 “일부는 중국 은행돈까지 빌려다가 투자했다”며 최근의 가격 급락으로 잠 못 이루는 한국인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인과 결혼해 일찌감치 이곳에서 부동산 투자를 한 경험을 토대로 한국인들의 투자 자문을 해온 그는 “물건 없느냐며 기세등등하게 걸어오던 통화는 사라지고 시장 전망을 묻거나 매물상담을 요청하는 전화만 늘었다”고 전했다. “한때는 한 채에 2억5천만원이 넘는 아파트 10채를 한꺼번에 사들이는 (한국인) 사모님도 있었어요. 한국에서처럼 여기서도 ‘묻지마 투자’가 이뤄졌던 거죠. 그런데 지금은 아무리 가격을 낮춰 내놔도 사려는 사람이 없어요. 빨리 팔아달라는 사람들만 늘고 있어요.” 상하이에서 주로 한국인들을 상대해 온 재중동포 중개업자 박종국씨는 썰렁해진 부동산 시장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외국인의 부동산 매입 규제가 풀린 2003년을 기점으로 초창기에 유입된 한국 자금은 1년 새 50% 이상의 수익을 올릴 정도로 엄청난 이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상하이 지역의 아파트는 1㎡당 4134위안(2002년)에서 5118위안(2003년), 그리고 8420위안(2004년)으로 급상승했다. 이런 소식이 한국에 전해지면서 한국의 투기자본들이 봇물처럼 밀려들었다는 것이다. 또다른 한국인 중개업자도 “중개업을 시작한 이래 요즘처럼 난감한 적은 없었다”며 “시장 전망을 묻는 전화만 간간이 걸려올 뿐, 투자 문의는 전혀 없다”고 푸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부동산 중개인들의 전업과 폐업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외국계 부동산 체인점인 <21세기 부동산>의 조사 결과, 지난 두 달 새 상하이의 한국인 밀집지역인 룽바이에 있던 20여 중개업체 중 여섯군데가 문을 닫았다. 상하이 시정부는 그동안 ‘상하이 경제가 대혼란에 빠질 수 있고, 이는 곧 중국 경제 전체에도 상당한 타격을 부를 것’이라는 명분 아래 중앙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강력히 반발해 왔다. 그러나 현재로선 원자바오 국무원 총리가 주도하는 부동산 투기대책이 대세를 장악한 형국이다. 이곳 중개업계에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대립 자체가 부동산 시장을 더욱 불안정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나아가 상하이 부동산 업계에는 새로운 부동산 정책이 나올 것이라는 소문도 무성하다. 지금까지 시장을 좌우했던 개발 공급자 위주의 부동산 시장을 수요자 위주로 바꿔나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올해를 시장 조정기로 판단하고 있다. 시장 불황과 동일시되는 조정기가 얼마나 지속될지에 마음을 졸이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대박을 꿈꾸는 일부 한국인에게는 아직까지 중국 현지의 이런 사정이 ‘강건너 남의 일’인 것처럼 보인다. 상하이의 관문인 푸둥 국제공항에는 아직도 1970년대 강남불패 신화를 떠올리며 중국 부동산 시장에 도전해보겠다는 한국인들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하이/우수근 통신원 iloveasia00@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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