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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16 20:38 수정 : 2005.01.16 20:38

조영철/국회 산업예산분석팀장

1990년대 이후 미국과 유럽의 경제 격차는 계속 확대되었다. 주류경제학자들의 설명을 보면 주주이익을 중시하고 노동시장을 유연화한 미국이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경제를 혁신한 반면, 노사협력을 중시한 유럽은 노동시장 경직성과 무거운 사회복지비용으로 국가경쟁력이 추락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도 미국식 주주자본주의를 따라 노동을 유연화하고 유럽식 복지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과 유럽의 경제 격차를 노동·복지·기술혁신 등의 미시적인 제도 경쟁력의 차이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거짓은 아니지만 현실을 너무 단순하게 보는 것이다. 미국이 유럽을 능가하게 된 현실에는 국제금융체제의 변화와 거시경제정책이라는 좀더 복잡한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독일과 일본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국가경쟁력을 갖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영어다. 영어 외에도 미국만의 국가경쟁력이 또 하나 있는데, 그것은 기축통화와 국제금융시장의 정보 지배를 바탕으로 하는 달러-월스트리트체제다. 그런데 1972년 브레턴우즈체제 붕괴 이후 미국은 국제금융시스템을 어떤 식으로 끌고 나가면서 헤게모니를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서 상당한 정책 혼선을 겪는다. 이런 정책 혼선에서 벗어난 것은 공격적인 무역자유화 정책과 변동환율제, 금융자유화, 자본시장개방, 민영화 정책 등과 같은 신자유주의 정책이 미국 헤게모니를 재건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에 대해서 미국의 엘리트들이 합의하게 된 80년대 중후반이다. 이후 달러-월스트리트체제의 헤게모니는 재건된다.

경제의 변동성 증가가 경제성장을 저해한다는 것은 다수의 실증연구들에 의해서 확인된 사실이다. 이것은 경제성장을 촉진하려면 경제의 변동성을 줄이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본자유화와 금융세계화가 경제 변동성에 미친 효과를 거시통계자료로 분석한 연구를 보면, 경제 변동성이 증가했다는 연구와 감소했다는 연구가 대립하고 있다. 그러나 개별 경제주체의 소득·소비와 같은 미시자료로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자본자유화 이후 경제 변동성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더욱이 BIS(국제결재은행)제도나 안정성 및 성장 협약처럼 재무건전성과 재정건전성을 위해 도입된 제도들은 경기순응적 성격을 띄고 있기 때문에 경기 변동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대부분의 국제경제학자들은 자본자유화가 되면 환율 안정을 위해 통화정책의 자율성이 약화된다는 삼위일체 불가능성 정리에 동의하고 있다. 삼위일체 불가능성 정리대로 대부분의 나라들은 자본자유화와 금융세계화가 진행될수록 통화정책의 자율성이 약화되었다. 그러나 미국만은 달러-월스트리트체제의 위력으로 대외조건의 제약을 가장 덜 받으면서 경기대응적인 통화정책을 자유롭게 펼 수 있었다. 금융세계화 시대에는 통화정책의 자유도가 국가경쟁력의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미국이 자신들의 국민경제적 필요에 따라 플라자합의와 역플라자합의를 요구했을 때 독일과 일본은 이에 맞추어 금리와 환율을 조정해 줄 수밖에 없었다. 말이 합의이지 현실적으로 독일과 일본이 합의해주는 것 외에 무슨 다른 대안이 있었겠는가? 세계경제의 관제고지를 장악한 미국은 20m 앞에서 출발하는 달리기 선수인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유럽의 거시경제관리 실패는 국제금융의 위계구조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또 다른 대내적 요인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살펴보겠다.조영철/국회 산업예산분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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