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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4세 여아 뇌진탕 사건으로 떠들썩 |
술취한 아버지에게 거리에서 구타를 당해 뇌출혈로 의식을 잃은 4살난 여아가 가까운 타이베이시 시립 병원에서 거절당해 두시간 거리의 지방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은 사건으로 대만 사회가 떠들썩 하다.
이 사건으로 차기 총통 후보로 유력시 되는 마잉주 타이베이 시장이 졸지에 정치적 위기에 몰렸으며 '연줄'이 있어야 입원이 가능한 의료 체계, 수입 많고 편한 전공에 의사들이 몰리는 의료계의 풍토에 대한 대만 시민들의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0일 새벽 1시께 타이베이 시내에서 추모양은 술에 취해 있던 아버지에게걷기 싫다며 안아달라고 조르다 4~5 차례 뺨을 맞고 머리채를 잡힌 채 벽에 내던져진 뒤 의식을 잃었다.
이 여아는 주민의 신고를 받은 응급구조대의 의해 시립 런아이 병원 응급실에 호송됐으나 '병상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 당해 인근 타이베이현, 타오위안 일대 병원 수십 곳을 수소문한 끝에 결국 타이베이에서 2시간 거리인 타이중시통(童)종합병원으로 옮겨져 간신히 수술을 받았으나 일주일째 의식을 찾지 못하고있다.
당시 런아이 시립병원에서 당직을 섰던 신경외과 의사 린즈난은 "검사 결과에따르면 여아가 당장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나 수술 후 경과를 관찰해야 하는 중환자실에 병상이 없어 다른 병원으로 옮기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타이베이시 조사 결과 당시 병상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나 임시로 하나추가할 정도의 여력은 있었으며, 린은 여아를 검사 조차 하지 않고 응급실 당직 의사에게 다른 병원으로 옮기라는 지시만 내리고 잠을 잤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타이베이시 시민들은 "만일 자기 아이였다면 그렇게 멀리 보낼 수 있었겠느냐", "전국에서 의료시설을 가장 잘 갖춘 타이베이시가 4세 여아를 살릴 수 없어다른 지역에 호송을 해야 하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타이베이 시정부를 맹렬히 비난하고 있다.
시민들은 또 "평소 병원에 입원하려면 아는 사람을 동원해야 가능하다"며 의료체계를 문제삼고 나섰다.
실제 대만 일간 중국시보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타이베이 시민 58%가 "병원 인사또는 국회의원 등을 동원해 병상이 없다는 병원에 어떻게든 입원한다"고 응답했다.
한편, 이 사건으로 비난을 받게 된 마잉주 시장은 "자기 자식이라면 이렇게 대할 수 있겠는가"라며 울먹이는 모습이 TV를 통해 방영됐으나, "쇼를 했다'는 냉랭한반응 때문에 정치 생명에 위협을 받을 만큼 궁지에 몰렸다.
마 시장은 "의사가 진찰을 하지도 않고 거짓말까지 한 것은 명백한 과실"이라면서 "그러나 린 의사의 경우 타과 의사가 한 달에 7~8일 당직을 서는 것에 비해 15일이나 당직 근무를 하는 등 의료 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대만 대학병원들의 전공의 모집시 피부과, 안과, 가정의학과 등 힘들지 않고 돈을 잘 버는 인기과에 사람들이 몰리는 반면 산부인과, 외과 등은 정원을 채우지 못해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한편 대만 신경외과 의사들은 "가뜩이나 사람이 부족한데 이번 사건으로 신경외과 의사들이 사표를 내지 않을까 두렵다"고 우려하고 있다.
(타이베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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