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근거지 약화 노려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 무대인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이 무역협정 체결로 결속 강화에 나섰다. 내년 7월 철군 개시를 앞두고 국제적 지원과 경제 협력으로 아프간전의 난관을 돌파하려는 미국의 시도가 본격화한 것이다. 아프간과 파키스탄 정부는 18일 관세 통일과 아프간 수출품 운송차량의 파키스탄 영토 이용을 내용으로 한 무역협정에 서명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 협정으로 아프간 수출품 운송차량들은 파키스탄-인도 국경까지 물품을 직접 운송해 인도 쪽에 넘길 수 있고, 파키스탄 항구도 이용이 가능해져 내륙국의 약점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게 됐다.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협정 서명식에는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도 참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탈레반과 알카에다 소탕전 주무대인 두 나라의 결속을 바라는 미국이 이번 협정을 강하게 추진했다고 전했다. 클린턴 장관은 19일 파키스탄과의 두번째 ‘전략대화’에서 5억달러(6084억원) 추가 원조 계획을 제시하며 아프간전 협력 강화도 요구했다. 20일에는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이 공동의장을 맡은 국제회의가 카불에서 열린다. 아프간 정부의 서방 의존 탈피와 자립을 주제로 내건 국제회의에는 클린턴 장관을 비롯한 각국 외무장관 40명을 비롯해 각국 정부 대표 70명이 참석한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아프간 정부가 원조 증액 조건으로 2014년 말까지 외국군 철수가 가능하도록 독자적 치안력을 확립하겠다는 약속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미군 증강, 탈레반 세력 키울뿐” 민간단체 “소탕성공 징후 없어”
무장세력 난립·민간피해 경고 ‘군사공세’와 ‘민간협력’을 양대축으로 한 서방의 아프가니스탄 전략이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전망도 밝지 않다는 정황이 잇따르고 있다. 아프간의 민간 안보감시단체 ‘아프가니스탄 엔지오 시큐리티 오피스’는 18일 보고서에서 “아프간 주둔 미군의 병력 증강이 오히려 탈레반 세력을 훨씬 강화시켜줄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보고서는 나토군의 반군 소탕전략에 어떠한 성공 징후도 보이지 않으며 무장세력의 난립과 민간 개발업자들에 대한 공격 등 폭력사태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프간에선 지난달에만 탈레반의 무장공격이 131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나 급증하고 민간인 사망자도 23%나 늘었다. 아프간 재건 프로젝트 노동자들도 올 1분기에만 30여명이 공격을 받아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서방에 협력하는 아프간 주민에 대한 무차별 살해 명령도 확인됐다. 아프간 주둔 나토군은 18일 아프간 탈레반 최고지도자 뮬라 오마르가 전사들에게 “외국 세력에 노동력을 제공하는 아프간인은 누구라도 죽여라”고 지시한 편지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편지에는 △서방 군사기지 접근권이 있는 자는 누구라도 신규 대원으로 끌어들일 것 △더 많은 무기를 노획할 것 △서방 연합군을 돕거나 정보를 제공하는 아프간 여인들을 살해할 것 등의 지시 사항도 적혀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나토 대변인 조지프 블로츠 준장은 “이 편지의 입수경로는 밝힐 수 없지만 오마르의 편지라는 걸 100% 확신한다”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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