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7.21 19:48
수정 : 2010.07.21 19:48
반군조직서 5천달러 받고 총격
NYT “이라크 전쟁의 축소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방아쇠를 당겨 6~7발을 쐈습니다.”
친미 성향의 아버지를 지난달 살해한 32살 이라크 남성 압둘 아마드는 이라크 중부도시 사마라 감옥에서 한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모두가 아버지를 싫어했죠. 미국을 위해 일했으니까요”라고 말했다.
아들에게 살해당한 아버지 하미드(52)는 미국을 동경했다고 <뉴욕타임스>는 20일 전했다. 그는 원래 이라크 공군 장교였으나 사담 후세인 집권 시절 정권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갔다. 미군이 이라크를 공격한 2003년 풀려났고, 이후 이라크에 진주한 미군 부대에서 일했다. 그는 후세인 시절 아부그라이브에 있는 교육기관에서 영어를 배웠다. 그의 형제인 아브드 알하킴은 “(하미드가) 미국을 위해 일하면 미국으로 이민을 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은 꿈과 달랐다. 미군부대에서 일한 것은 1년 정도였다. 기밀 정보를 반군들에 빼낸다는 혐의를 받고, 1년여 동안 감옥에 갇혔다. 이후 다시는 미군부대로 돌아가지 못했다. 가족들에게서도 고립됐다. 아들 3명 중 2명과 조카 1명은 미군 점령에 반대하는 수니파 무장반군에 가담했다. 가족들은 그를 “스파이”, “배신자”라고 비난했다. 그는 반군에 가담한 조카에게 “당신 머리를 벌레처럼 짓밟아 버리겠다”는 협박 편지를 받기도 했다.
침실에서 잠자는 아버지를 AK-47 소총으로 쏴 살해한 아들은 자신의 행동을 “영웅적”이라고 말했다가, 다른 한편으로는 “아버지는 평화적인 사람이었고, 난 반군들이 시켜서 일을 저질렀다”고도 했다. 아들은 반군에게 아버지 살해 대가로 5000달러를 받았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이 아들이 정신적으로 온전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사건이 세속주의와 독실한 신앙, 타협 대 폭력, 미국을 본받아야 할 대상으로 볼 것인지 저항해야 할 제국주의 세력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이라크인들의 복잡한 심리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아마드 가족의 비극은 이라크 전쟁의 축소판이며, 왜 미국이 이라크 전쟁에서 이기기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라고도 평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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