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7.30 20:10
수정 : 2010.07.30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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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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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테러 수출” “가자지구는 감옥”
관련국 반발 등 외교적 파장
경험 부족인가? 새로운 외교 스타일인가?
데이비드 캐머런(사진) 영국 총리가 애매모호한 표현이 넘치는 외교 무대에서 직설적 표현을 쏟아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5월 취임한 캐머런 총리는 28일 인도를 방문한 자리에서 파키스탄이“테러수출을 촉진했다”고 비난했다. 27일 터키에서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가 “감옥”이라고 말해 이스라엘을 자극했다. 또 프랑스와 독일이 터키의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입을 반대하는 데 대해 “보호주의적이고 편견에 가득 찬” 것이라고 비난했다. 지난 20일 취임 뒤 미국을 첫 방문해서는 두 나라 사이에 영국이 “주니어 파트너”라고 말했다가, 자존심을 버렸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런 발언을 놓고 43살로 영국 역대 최연소 총리인 캐머런의 경험 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외신들은 경험 많은 외교관들이 캐머런의 발언에 깜짝 놀라고 있다고 전했다. 애매모호한 외교적 수사를 쓰던 고든 브라운,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캐머런이 같은 보수당인 ‘철의 여왕’ 마거릿 대처 전 총리와 닮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동당 출신의 데이비드 밀리반드 전 외무장관은 “솔직하게 말하는 것과 ‘떠버리’와는 큰 차이가 있다”며 “총리는 우리가 귀는 2개, 입은 1개라는 이유를 잘 알고 그에 맞게 행동하는 게 중요하다”고 비판했다.
반면 캐머런 총리는 “친구 국가에 솔직하게 말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29일 말했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도 “총리는 진실을 말하고 있고 지지한다”며 “타고난 훌륭한 외교관이다”고 옹호했다.
문제는 캐머런의 발언이 외교적 파장을 낳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의 파키스탄 비난 발언은 파키스탄과 앙숙인 인도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파키스탄이 반박 성명을 내는 등 논란을 자초해 결과적으로 지역 안정을 해쳤다는 지적을 받는다. 특히 영국에서 일어나는 테러 상당 부분이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국경 지대에서 계획되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협조를 얻어야 할 파키스탄을 자극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장 다음주 영국에서 열리는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분위기가 어색해질 전망이다.
김순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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