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8.02 19:49
수정 : 2010.08.0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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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각국의 중국제 무기 조달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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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미’ 인니, 단거리 미사일 도입…말레이도 첫 무기수입
중, 미·인도 의식 ‘적극’…동남아는 대중관계 강화 꾀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 사이에 중국제 무기 도입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과 경제적 결속을 넘어 군사적 결속을 강화하려는 이들 국가들의 움직임에 대해, 중국이 영향력 확대를 위해 적극 호응하고 있는 까닭이다.
<아사히신문>은 2일 인도네시아 푸르노모 유스지안토로 국방장관이 지난 5월 말 중국 인민해방군 간부와 만나 중국으로부터 단거리 미사일 ‘C-802’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인도네시아는 냉전시대에는 ‘반공의 보루’로서 미국과 밀월관계를 유지해왔지만, 1999년 동티모르 사태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미국이 군사원조를 동결하면서 무기가 노후화하자, 그 뒤 중국에 바짝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말레이시아도 최근 중국제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 ‘FN-6’를 구입하는 등 건국 이래 처음으로 중국으로부터 무기를 수입하기로 결정했다. 자히드 하미디 국방장관은 최근 <말레이시아 텔레비전>과의 인터뷰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국방기술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며, 앞으로 중국이 유력한 무기 조달처의 하나가 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말레이시아는 남중국해와 난사군도의 영유권을 놓고 중국과 대립하고 있지만, 이런 대립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대중관계를 강화하고 안정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캄보디아는 지난 6월 군용차량을 중국으로부터 지원받기로 했고, 동티모르는 연안경비정을 조달했다. 타이는 이미 1980년대부터 전차 등을 중국에서 조달하고 있다. 미얀마(버마)도 1990년대부터 중국군과 밀접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동남아 국가들이 최근 중국제 무기 구입을 확대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아사히신문>은 “중국제가 값이 싸고, 배치나 사용에 제약이 없는 등의 장점도 있지만, 무기 거래를 통해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자 하는 뜻이 있다”고 해석했다.
중동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이 통과하는 말라카해협과 남중국해 주변국가들과의 관계 강화가 매우 중요한 중국은 이런 움직임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싱가포르 동남아시아연구소의 이안 스토리 특별연구원은 “중국의 동남아 무기 판매에 따른 수입은 아주 적은데도 중국이 판매와 지원에 열심인 것은 군사적 결속을 통해 영향력을 증대시키려는 뜻”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은 미국의 괌 기지와 인도라는 잠재적 경쟁자를 의식해 그 사이에 있는 동남아 국가들과 군사적 관계 강화를 전략적으로 추진하면서 무기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중국산 무기 기술 중 상당 부분이 러시아 원천기술이어서 수출하려면 러시아의 동의를 받아야 했지만 이제는 중국도 원천기술을 확보했고, 무기를 도입하려는 국가에 장기 저리 차관도 제공하고 있어 중국의 무기 수출이 급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도쿄 베이징/정남구 박민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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