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8.19 22:48
수정 : 2010.08.19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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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선 리(한국명 이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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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서 연설·편지 보내
북 “먼저 평화협정 있어야”
북한을 방문한 어린이 환경운동가인 한국계 미국 학생 ‘조너선 리’(13·한국명 이승민·사진)가 일주일간의 방문을 마치고 19일 베이징으로 왔다. 부모와 함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판문점에 어린이 평화의 숲을 만들자는 제안을 하고자 방북했던 리군은 <연합뉴스>와의 회견에서 아리랑축전위원회를 통해 김 위원장에게 편지가 전달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리군은 이 위원회 등 북한 고위층 관계자들과 만나 편지와 함께 환경보호를 주제로 한 자신의 책 ‘고 그린맨의 모험’도 함께 북쪽에 전달했다. 북쪽은 리군 가족들에게 “아이디어는 찬성하지만 미국이 먼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꿔야 한다”며 “그럴 경우 비무장지대 전체를 평화의 숲으로 바꿀 의향도 있다”고 말했다.
리군은 “평양 시내와 개성, 판문점, 비무장지대를 비롯해 여러 곳을 방문했다”고 밝히면서 “특히 판문점에서 북한 사람들 앞에서 어린이 평화숲 조성을 제안하는 연설을 한 점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사람들이 외부에 알려진 것과 달리 상당히 활기찼고 생각보다 경직된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리군은 이날 북한 고려항공편으로 베이징에 도착한 뒤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에게 미리 준비한 발표문을 읽으면서 “나의 제안은 정치와 갈등, 국경과 이데올로기를 초월한 것으로 전 세계인과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판문점에 어린이 평화숲을 조성해 달라’는 편지를 보낸 조너선 리는 이번 방북에 앞서 10일 후진타오 국가주석에게도 같은 내용의 편지를 전달했다.
그는 또 평화의 숲 조성 아이디어를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알리기를 희망한다.
리군은 2007년부터 인터넷에 환경보호를 주제로 한 만화 ‘고 그린맨’을 연재해 <시앤앤> 방송과 <워싱턴타임스>에 소개됐으며 ‘어린이 한 명당 일년에 한 그루씩 나무를 심자’는 운동을 펼쳐 어린이 환경운동가로 유명해졌다. 그가 남북문제에 관심을 두게 것은 2007년 6·15 공동선언 7주년 기념식장에서 만난 김대중 대통령에게서 감명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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