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8.24 19:27
수정 : 2010.10.27 12:11
일기 통해 희망 상징된 밤나무
벌목위기 넘겼지만 결국 부러져
“거의 매일 아침 나는 다락에 올라 답답한 숨을 내뱉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곳에서 파란 하늘과 빗방울이 은처럼 반짝이는 가지를 가진 밤나무를 바라본다. 이것들이 있는 한 나는 불행하지 않다.”
1944년 2월23일 안네 프랑크의 일기의 한 부분이다. 나치의 강제수용소로 끌려가기 전 25개월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공장 창고와 뒷방 사무실에서 숨어살던 그에게 밤나무는 그렇게 희망을 줬다. <에이피>(AP) 통신 등은 23일 20m 높이에 수령 160~180년으로 추정되는 이 밤나무가 폭풍에 부러졌다고 전했다.
안네 프랑크 기념관 쪽은 이날 오후 강한 비바람에 철제 버팀목이 부서지며 나무가 부러졌다고 확인했다. ‘안네 프랑크 나무’로 불리는 이 밤나무는 지난 2007년에도 뿌리 부분에 곰팡이가 슬어 주변 건물을 덮칠 위험이 있다는 지적에 따라 베일 운명에 처했지만, 나무 살리기 캠페인이 벌어지며 1년여의 법정 공방 끝에 보존이 결정되기도 했다. 5만유로(약 7500만원)의 비용을 들여 철제 버팀목이 설치되며 향후 10~15년간은 버틸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국 ‘자연의 힘’ 앞에서 무너졌다.
안네 프랑크 나무에 접붙이기를 통해 길러낸 나무들이 미국이나 유럽에 100여그루 이상 있지만, 원래 나무가 있던 자리에 어떤 나무가 들어설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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