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9.09 19:07
수정 : 2010.09.10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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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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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서 한국 앞세우자 긴장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8일 워싱턴 미 외교협회 초청 연설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동맹국들을 언급하면서, 일본을 한국 다음 순서로 언급한 데 대해 일본 언론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클린턴 장관은 이날 연설에서 “미국은 한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라는 긴밀한 동맹국과의 결속을 재확인했다”며, 한국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미 행정부가 공식문서나 연설에서 아시아 동맹국을 언급할 때는 일반적으로 일본을 한국보다 앞세워왔다는 점에서 이는 이례적이다. 힐러리 국무장관의 발언은 사전에 작성된 연설문에 그대로 들어 있었다. 돌발 발언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본 언론이 힐러리의 발언에 주목하는 이유도 그런 점 때문이다.
<요미우리신문>은 “미국이 지금까지 전형적으로 사용해 오던 ‘일본, 한국, 오스트레일리아’라는 순서를 변경했다”며 “이는 오키나와의 미국 후텐마 비행장 이전 문제 등을 둘러싸고 신뢰관계가 흔들리는 일본의 동맹국 지위를 격하시킨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어 “미국의 지일파들 사이에서는 (이런 순서 변경이) 일본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했다는 사실을 민주당 정권에 깨닫게 하기 위한 오바마 정부의 신호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힐러리 장관의 이날 연설은 오바마 정권의 향후 외교지침을 내비치는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요미우리신문>의 이런 반응은 ‘일본 민주당 정권의 미일 대등외교 노선 탓에 일본이 미국으로부터 버림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일본 우파의 불안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미국은 동맹국에 대한 호명 순서 변화에 겉으로는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마크 토너 미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이 부분에 대한 기자의 질문을 받고 "미국의 정책에 아무런 변화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할 수 있다"면서 "우리는 그들(한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을 모두 사랑한다"는 농담섞인 말로 피해갔다.
그러나 한국와 일본을 대하는 미국의 미묘한 입장 변화는 이전에도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6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한미동맹은 한국과 미국뿐 아니라 태평양 전체 안보의 ‘린치핀’(linchpin)”이라고 표현했다. '린치핀'은 자동차의 바퀴를 고정시키는 핀으로 '(조직, 계획 등의) 핵심이 되는 것'을 뜻한다. 그동안 린치핀은 미일동맹에만 쓰여온 단어였다. 마이크 맨스필드 전 주일 미국 대사는 이 용어가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일본으로부터 미국의 아시아 정책이 시작되고 끝난다는 것을 뜻한다고 정의했다. 그러나 미국의 이런 변화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석도 있다.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 등에 대해 일본을 압박하기 위해 한국을 지렛대로 쓰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외교가에서는 일본 정부가 무시할 수만은 없는 미묘한 변화가 한미일사이에 일어나고 있는게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e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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