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9.10 19:19
수정 : 2010.09.10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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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안 스탕글(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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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산악인 의혹 제기에 “정상 못올랐다” 양심 고백
오스트리아의 한 산악인이 자신의 ‘케이투(K2) 정상 등정’ 발표는 사실이 아니라고 고백했다.
대륙별 고산 등반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크리스티안 스탕글(44·사진)은 지난달 초 자신이 K2 정상을 완등했다고 발표했다. ‘스카이 러너’(하늘을 걷는 사람)를 자칭하는 그는 “휴식을 위한 베이스캠프를 차려 에너지를 낭비하는 대신 최단시간에 정상 등정을 하는 방식을 선택했다”고 과시해왔다. 해발 8611m의 K2는 에베레스트 다음으로 높은 산으로, 좀체 정상을 허용치 않는 까다로운 산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에 K2를 올랐던 루마니아 산악인을 비롯해 산악계와 언론에선 그의 완등 주장에 대한 의문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자 그는 8일 기자회견을 열어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 내가 정상에 올랐다고 착각했다”며 자신의 주장을 번복했다고 <오스트리안 인디펜던트> 등 현지 언론이 9일 보도했다. 그는 완등 ‘인증사진’도 실제 정상보다 1000m 가량 아래 지점에서 찍은 것이라고 밝혔다.
스탕글은 “스폰서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목표(정상 등정)를 달성했다고 주장하기로 결심했었다”고 거짓 발표의 이유를 털어놨다. 스탕글의 대변인은 “스탕글이 여자 친구에게 먼저 모든 사실을 말하자, 여자 친구가 (진실을) 공개하라고 격려했다”고 설명했다. 스탕글은 지지자들에게 죄책감이 드느냐는 질문에 “무엇보다 내 자신에게 죄책감이 든다”고 말했다. 남극대륙을 포함해 7개 대륙별로 가장 높은 산 2개씩을 오르는 프로젝트를 펼치던 스탕글은 K2를 제외하고 남극의 타이리(4852m) 등정만을 남겨둔 상태였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전했다.
그는 등산을 그만둘 것이냐는 질문에는 “내 인생에서 산을 빼고는 거의 남는 게 없다”면서도 “내가 이 세상 어디쯤에 있는지를 되돌아보기 위해 잠시 휴식기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오스트리안 인디펜던트>는 “스탕글의 고백은 여성 산악인으로는 최초로 전세계 14좌 등정에 성공했다는 한국 산악인 오은선씨에게 암운을 드리운 최근의 논란을 환기시킨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오은선씨의 등정은 여러 명의 셀파를 동반하고 장비를 나눠지게 한 것으로도 오점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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