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10.05 09:24
수정 : 2010.10.05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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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지우마 호세프, 조제 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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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대선, 낙승예상 집권당 후보 47% 득표 그쳐
차별화 실패·부패 스캔들이 원인…결선서 승리할듯
3일 치러진 브라질 대선에서 낙승이 예상됐던 집권 노동자당의 지우마 호세프(62) 후보가 과반 득표에 실패하면서 31일 결선투표에서 최종 승자가 가려지게 됐다.
브라질 연방선거법원은 대선 개표 결과 여당의 지우마 호세프 후보가 46.9%를 득표해 사회민주당의 조제 세하(68) 후보(32.6%)와 녹색당의 마리나 시우바(52) 후보(19.3%)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고 3일 밝혔다.
그러나 호세프 후보는 과반 득표에는 실패해 31일 세하 후보와 결선투표를 치르게 됐다. 호세프 후보는 전국 27개 주 가운데 18개 주에서 앞섰지만 소득 수준이 높고 유권자 수가 많은 상파울루 등에서 세하 후보한테 뒤진 것으로 집계됐다.
주요 외신들은 호세프의 부진 원인을 현직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실패한 탓으로 분석했다. <뉴욕 타임스>는 “호세프가 유능한 각료이긴 했지만 룰라 대통령 같은 매력이나 카리스마는 보여주지 못했다”며 “최근 그의 주변에서 터진 부패 스캔들도 막판에 표를 갉아먹는 데 일조했다”고 분석했다. 영국 <가디언>도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호세프의 이름을 모르고 ‘룰라의 여자’라고 부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퇴임을 앞두고 80%의 기록적인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룰라 대통령은 “호세프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은 나에게 하는 것과 같다”며 적극적인 지지를 호소했지만, 호세프에게 승리를 가져다주진 못했다.
마찬가지로 야당의 세하 후보도 ‘보수적인 통화정책과 저소득층을 위한 과감한 사회적 지출’로 요약되는 룰라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대안이나 설득력 있는 비판을 내놓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1일 치러지는 결선투표에서는 1차 투표에서 19%를 득표하며 약진한 마리나 시우바 후보의 선택에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시우바 후보는 룰라 행정부에서 환경부 장관을 지냈지만, 호세프 후보 등 다른 각료들과의 갈등으로 탈당한 뒤 독자 출마한 바 있다.
브라질의 정치평론가 메르바우 페레이라는 “결선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시우바 후보의 킹메이커로서의 역할”이라며 “그는 벌써부터 세하 후보 쪽 인사들로부터 지지 요청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어느 쪽이 이기더라도 전임 대통령인 카르도주와 룰라로 이어진 경제정책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지만, 호세프 후보가 결선에서 무난히 승리할 것이라는 예상은 이전보다 조금 더 의심스러워졌다”고 평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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